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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시민 운동가, 인권 변호사, 유력 정치가, 영원한 대권 잠룡.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수식하는 대표적인 용어다. 박 시장은 2011년 10·26 보궐선거를 통해 정계에 첫 발을 들였다. 이후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유력한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중도 포기하기도 했다. ‘시대의 요구와 국민의 부름이 있을 때 다시 도전하겠다’는 것이 평소 그의 지론이었다. 결국 2018년 6월 14일 지방선거에서 야권 후보들을 압도적인 표 차이로 사상 최초로 3선에 성공한 서울시장이 됐다.
박 시장이 재임한 9년 간 서울시는 상당한 변화를 경험했다. 노동, 인권, 환경, 청년, 재생 등에 특화됐던 박원순표 정책과 실험은 중앙정부나 타 시·도에서 채택·인용하며, 국민들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다소 경직됐던 관료 조직에 새로운 조직과 기구를 만들고, 새 인물을 발굴하고, 다양한 시민 아이디어를 채택해 정책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항상 호시절을 보낸 건 아니었다. 대규모 개발 보다는 보존과 재생, 대기업 보다는 소상공인, 감염병·환경·사회 갈등 조정 등 분야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지엽적이고 다소 일방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또 ‘결국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 서울시장을 유지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그런 수많은 이슈를 만들고 정치권은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이름을 올리던 그는 이제 자리에 없다.
박 시장의 민선 7기 임기는 오는 2022년 6월 30일까지로, 아직 4년 임기의 절반인 약 2년이 남았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내년 4월 7일까지 서정협 부시장이 시장 대행을 맡게 됐다. 제35회 행정고시 출신인 서 부시장도 오랜 행정 경험을 거친 행정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지만, 권한대행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를 거쳐 간 소위 ‘박원순계’ 국회의원도 정치권에 상당히 포진돼 있어 서 부시장이 박 시장과 같은 정치력을 발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원순 시장의 직접 발로 뛰며 본인의 색깔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 세운지구 등 도시재생, 역세권 청년주택, 제로페이, 청년수당, 그린뉴딜, 2032년 서울-평양 공동 하계올림픽 추진, 전국민 고용보험 등 굵직한 정책이 현 규모를 유지하며 제대로 동력을 받을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