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중국 스마트폰 업계에서 또 한번의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승승장구하던 샤오미(小米)가 ‘모방폰’이란 한계에 부딪혀 주춤하고 있는 사이 대규모 연구개발(R&D) 비용을 쏟아부어온 화웨이(華爲)가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디지타임즈 리서치(Digitimes Research)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3200만대로 지난 분기에 비해 10.5%, 전년동기에 비해 7.7% 증가했다.
이 가운데 화웨이 점유율은 삼성전자(25.6%), 애플(14.5%)에 이어 3위(7.4%)를 차지하며 3.8%에 그친 샤오미보다 두배 가량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국 시장만 놓고 봐도 화웨이는 샤오미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샤오미가 차지했던 중국 스마트폰 1위 기업이란 타이틀을 글로벌 및 중국 시장에서 모두 화웨이에게 내준 것이다.
대규모 R&D 투자를 지속해 온 결과가 이제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경쟁자 샤오미가 저렴한 모방폰으로 파란을 일으키고 사이에 묵묵히 자체 기술 개발에 주력해 온 화웨이는 기술 축적 면에서 샤오미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실제 지난해 화웨이의 R&D 투자는 매출의 14.2%, 액수로는 7조원에 달한다. 이는 샤오미의 작년 전체 매출의 55%에 달한다. 화웨이는 매출의 10%를 넘는 R&D 비용을 꾸준히 투입해 오며 지금까지 연구개발에 투입한 자금이 무려 1900억위안(약 34조원)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화웨이가 보유한 특허만 모두 3만8000여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발명 특허다.
화웨이는 본래 주력 사업인 통신장비 기술을 스마트폰에 활용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화웨이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화웨이의 ICT 솔루션과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통신장비 수요가 급증하는 아프리카와 중동 등에서 저렴한 가격과 중국에 대한 높은 인지도를 무기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반도체 칩 자체 개발 능력에서도 화웨이는 샤오미에 비해 월등히 앞선다. 화웨이는 그동안 막대한 투자를 감행해 전세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히고 있고 특히 ‘기린 950 반도체 칩’은 자체 개발 스마트폰 ‘메이트8’에 사용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저가폰 시장이 주력인 샤오미와 달리 화웨이는 하이엔드급 제품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화웨이는 중국 업체 최초로 올해 연간 출하량이 1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화웨이는 올해 3분기까지 7609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했다.
반면 샤오미 스마트폰은 미투(me-too)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 해외 업체들과 특허 소송이 불거지면서 글로벌 진출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샤오미는 그동안 저렴한 가격에 스마트폰을 공급해왔지만 자체 보유한 특허는 많지 않아 잇따르는 소송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 샤오미는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에 특허 소송을 당해 한동안 제품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가 잠재적 리스크였던 특허 문제가 본격 불거지면서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며 “반대로 화웨이는 그동안 투자해 온 R&D 노력이 결실을 맺으며 애플과 삼성에 이어 글로벌 강자로 급부상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