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출발지연 의혹' 노조 위원장 부기장 강등 징계

대한항공 항공기.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대한항공(003490)은 조종사 노조 이규남 위원장을 부기장으로 강등하는 징계를 결정했다.

11일 대한항공과 조종사 노조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오후 운항본부 자격심의위원회를 열고 비행 브리핑 시간을 고의로 지연시켜 비행 출발이 늦어지게 된 책임을 물어 이 위원장을 부기장으로 강등하기로 결의했다.

사측은 이 위원장이 지난달 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KE905편의 사전 브리핑 시간을 고의적으로 늘려 항공기 출발을 45분 가량 지연시켰다고 판단했다. 이 위원장은 준법투쟁의 일환으로 비행 사전 브리핑을 통상적인 20여분 보다 길게 진행했다. 한 외국인 부기장은 이를 항의하면서 자리를 떠났고, 다른 보조기장이 투입되면서 비행 출발이 45분가량 지연됐다.

대한항공은 “기장은 승객 서비스를 위해 모든 승무원을 지휘감독해야 하는 지위임에도 스스로 문제를 일으켜 비행 지연을 발생시킨 것은 승객에게 큰 불편을 초래한 행위”라며 “기장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했으며 기장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징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회사는 어떠한 경우라도 비행 안전과 승객을 볼모로 악용하거나 추가적인 승객 불편이 발생하는 유사 사례에 대해서는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징계 수위가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이 위원장은 2주 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재심을 청구하면 중앙상벌위원회가 열리며 이 곳에서 최종 징계를 확정하게 된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사측의 부당한 징계에 대해 반드시 사측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12일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 등의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부착한 조종사노조 조합원 20명에 대한 중앙상벌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에 따라 노조가 준법투쟁을 넘어 파업 등 강경대응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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