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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금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암호화폐 기술업체 ‘리플(Ripple)’ 경영진이 1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핀테크 기업으로서의 리플의 비전을 설명했다. 암호화폐로 거래되는 리플 코인(XRP)시세에 대한 전망에는 답을 피했지만, 국제 송금 분야에서 충분한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을 들어 다른 코인들과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진 이날 행사에서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CEO)는 “블록체인은 ‘장거리 마라톤’ 경주”라며 “우리는 이제 막 출발점을 떠났고 앞으로 가야 할 거리가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아직 관련 시장이 청소년기에 불과한 초기 단계이니 인내심을 갖고 함께 성숙시켜가야한다는 의미다.
리플은 빠른 시간 내에 거래 원장(Ledger)을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송할 수 있는 기술에 주력했다. XRP는 2013년 4월 처음 발행되기 시작했고 현재 시가총액은 32조6000억원 규모다. 기존 암호화폐 시장의 기축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함께 주요 암호화폐로 꼽힌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거래소를 옮길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게 바로 XRP다. 그만큼 송금 속도와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국제 송금은 SWIFT라는 국제 공동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있다. 거래 상대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두고 그 은행으로만 송금이 가능하고, 중간에 여러 중계 은행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수 일에 걸리는 시간과 수수료가 발생한다. 여기에 상대 은행 계좌에 미리 돈을 넣어뒀다가 지급해줘야 하기 때문에 해당 자금이 유동성을 잃고 계좌에 머무르게 되는데, 이 규모가 10조달러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갈링하우스 CEO는 “기존 체계의 경우 오류율이 6%에 달한다”며 “구글 검색에서 100번 중 6번이나 오류가 난다고 하면 신뢰성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플의 기술을 사용하면 시간은 10초 이내로 단축하면서 정확한 송금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 여기에 10조달러에 대한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어 세계 경제에도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리플이 이런 차별점을 제공하는 비결은 은행이나 정부기관의 기존 망과 연동한 ‘폐쇄형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 형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전체 거래 참여자를 거치는 개방형(Public) 블록체인과 달리 폐쇄형은 한정된 참여자만 승인에 관여해 처리 속도가 빠르다. 상대 은행에 계좌가 있는 경우를 위한 ‘X커런트’와, 상대 은행에 계좌가 없을 경우를 위한 ‘X래피드’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리플은 이미 다수의 고객사를 확보한 상태다.
한국에서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연동 시험을 진행하며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고, SBI홀딩스(일본), 리안리안(중국), 산텐데르은행(스페인), 이타오은행(브라질) 등 세계적으로 100여곳과 협력하고 있다.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실제 사업화를 진행하는 가장 앞선 사례로 평가받는다. 갈링하우스는 “블록체인 기술은 꼭 기존의 질서를 뒤집는 무정부주의(아나키즘)를 의미하진 않는다”며 “리플은 세계 각 국의 은행·당국과 협력해 기술 진보를 이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