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보험사도 못 피했다…中 부동산 침체에 신탁사도 ‘흔들’

핑안보험 신탁 자회사, 분양 차질에 신탁 계획 연기
2022년 부동산신탁 부도 930억위안, 올해 142억위안
“부동산 회사들 채무불이행, 금융기관에 위험 전이돼”
  • 등록 2024-04-11 오후 6:33:31

    수정 2024-04-11 오후 6:33:31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부동산 침체의 위기가 개발업체를 넘어 금융업으로 번질 조짐이다. 주요 부동산 프로젝트가 진행에 차질을 빚으면서 환매에 차질을 빚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신탁사들이 자금난을 겪게 되면 계열 금융사들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어 경각심이 고조될 전망이다.

중국 항저우 지역에서 주거단지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AFP)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최근 핑안신탁의 여러 신탁 상품이 기한 내 상환에 실패했다고 11일 보도했다. 핑안신탁은 중국 최대 보험사인 핑안보험의 자회사다.

핑안신탁은 지난 10일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에서 성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하향 영향으로 푸닝 615호 신탁 계획이 연기됐다”며 “고객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부동산 신탁은 보통 위탁자들로부터 자금을 수탁 받아 아파트 분양 같은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수익금을 돌려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이 부진하면서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계획이 연기된 신탁 상품의 기초자산은 샤먼시 하이창구의 주거단지 프로젝트다. 해당 프로젝트는 2021년 12월 218가구의 주택 판매를 시작했으나 올해 3월말 기준 입주율이 20.5%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핑안신탁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환매 의무자인 정룽부동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후속 조치를 실시하고 있으며 프로젝트를 처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일재경은 지난 몇 년간 핑안신탁의 상품들이 연체되고 있다고 지목했다. 한 투자자는 중국 현지 매체에 “핑안신탁이 매입한 ‘지아위안 프로젝트 468 신탁’ 계획은 지난해 12월 만료됐는데 현금화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이에 따른 개발업체의 자금난은 금융기관에 전이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중국의 대표 ‘그림자 금융’ 기업인 중즈그룹이 채무 상환에 실패하며 파산을 신청한 바 있다.

컨설팅기관인 용이신탁네트워크에 따르면 부동산 신탁 상품의 연간 채무불이행(디폴트) 규모는 2021년 2021년 917억위안(약 17조3000억원), 2022년 930억위안(약 17조6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486억위안(약 9조2000억원)으로 감소했지만 다른 산업에 비해 신탁 상품의 부실 비중은 여전히 높다고 제일재경은 지적했다. 올해도 올해 12건 상품 부도가 발생했고 총 부도 금액은 142억위안(약 2조7000억원)이다.

제일재경은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많은 부동산 회사들이 채무를 불이행하고 있다”며 “많은 부동산 프로젝트 역시 부진한 판매로 어려움을 겪어 금융기관에 위험이 전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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