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조 단위의 적자 늪에 빠져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지만 노동조합은 이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리한 요구로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친노조 성향 총선 후보 당선을 위한 지원까지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23일 현대중공업 노사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는 이번 4·13 총선에서 울산 동구 출마 예정인 진보 성향의 한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 백형록 노조위원장은 최근 지지후보 선정 기자회견까지 열어 “울산 동구 최초의 진보 국회의원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노조 집행부의 이같은 정치 활동은 노조 내부 갈등도 낳았다. 회사가 작년 사무직 직원 13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긴축경영체제를 선언하고 비용을 줄이고 있는데 집행부는 특정 후보 지지 운동을 하며 회사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는 일부 조합원들의 불만까지 터져나왔다.
지난 22일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CEO 공동 담화문을 통해 “노조가 회사를 분열과 대립의 구도로 가져가겠다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회사를 정치판으로 끌고가려 한다”며 “경쟁사 노조의 행동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 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16~17일 열린 2016년 1분기 노사협의회에서도 일부 안건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노조 측은 △정년퇴직자에 대한 평생 명예사원증 발급 △현대호텔 연 2회 이용권 지급 △휴일 아침 식사 제공 등을 상정안건으로 제시했고 회사 측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맞섰다.
이번 노사협의회에서 노조가 내민 요구사항은 총 19가지였다. 회사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대부분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구체화하겠다고 답했지만 4가지 안건에 대해서는 양측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는 정년퇴직자에게 부여하는 직원 할인혜택 기간을 현행 1년에서 ‘무기한’으로 연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오랜 기간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한 노고를 감안해 달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측은 조선 경기가 침체에 빠진 가운데 매년 1000여명의 근로자가 퇴직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년퇴직자에게 평생 명예사원증을 발급하면 시설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불가 입장을 밝혔다.
최길선 회장은 “조선업계 수주잔량이 1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도크(dock)가 빈다는 상상도 못할 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해양 플랜트는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없을 정도다”며 “일감이 줄어드는 만큼 호황기에 만들어진 지나친 제도와 단협 사항들은 원점에서 재검토해 현실에 맞게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작년 8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힘겨운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수주잔량은 11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고 조선소 도크가 비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이 되기 직전까지 몰렸다. 해양과 플랜트 부문은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수주물량이 실종됐다. 대우조선해양(042660)과 삼성중공업(010140)은 올들어 선박 수주가 없고 현대중공업의 수주 규모는 약 5억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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