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14일 ‘통합’과 ‘경제’를 기치로 전면에 내세웠다. 국민내각으로 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승만·박정희 등 우파 대통령 묘역을 처음으로 참배했다. 또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대화에 나서며 경제 대통령의 면모를 부각했다. 이번 대선은 전례 없는 혼전세인 만큼 중도층 확장에 전력투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사거리에서 위기극복·국민통합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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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이날 국립서울현충원 방문 일정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는 김대중·김영삼·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순으로 이뤄졌다. 이 후보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까지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017년 경선 때는 참배를 거부했다. 지난해 민주당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된 다음날에는 서울이 아닌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그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5년 전 경선 당시 내 양심상 독재자와 한강 철교 다리를 끊고 도주한, 국민을 버린 대통령을 참배하기 어렵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면서 “그러나 5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저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제 사회적 역할과 책임감도 많이 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 대표가 되려면 특정 개인의 선호보다는 국민과 국가의 입장에서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념과 진영을 뛰어넘는 통합정부 구상을 내놓으며 쇄신의 폭과 속도를 높였다. 이날 서울 명동예술극장 사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정치세력과 연대해 국민내각으로 국민통합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통합추진위원회’(가칭)를 정치권과 시민사회에 제안하며 “필요하다면 이재명 정부라는 표현도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추진하고, 자신의 임기 단축까지 시사했다. 진보에서 중도보수까지 포섭해 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단일화에 맞불을 놓겠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이 후보의 또다른 중심축은 ‘경제’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경제인 정책 대화에 참석해 상의 소속 기업인 및 임원진 90여명 앞에서 ‘신경제 5대 구상’을 프레젠테이션 했다. 그는 “자본주의는 전 세계에서 채택해 벗어날 수도 거역할 수도 없는 시스템”이라며 “기업이 성장해야 국가의 부도 창출되고 노동자의 일자리도 생겨난다는 게 저의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실현, 미중 패권 경쟁, 코로나 팬데믹 등을 주요 난제로 언급했다. 이어 “우리가 지혜와 지성을 발휘해 국가 발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도자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자정 부산항에서 수출 선박 근무자와 함께 첫 유세 일정에 돌입한다. 이어서 대구, 대전, 서울로 올라오는 경부선 코스를 밟는다. ‘유능한 경제 대통령’ 슬로건에 맞춰 현장을 찾는 동시에 취약 지역을 훑는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