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19.98포인트, 0.98% 하락한 2023.00에 장을 마감했다. 약보합권에서 출발했던 지수 낙폭이 커진 까닭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도 있었지만 잇따른 대형주 실적 부진 영향이 컸다.
3분기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 발표 이후 다른 수출주에 대한 실적 컨센서스는 높아졌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에 힘입어 삼성전자 실적이 좋아질 수 있었던 만큼 다른 수출주도 이익이 개선됐으리란 기대감 덕분이었다. 대형 수출주는 반등을 시도하며 중소형주와의 수익률 격차를 줄이기도 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조금 달랐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는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줄어든 1조5039억원으로 시장기대치 1조5888억원을 소폭 밑돌았다. 이는 2010년 4분기 이후 19개 분기만에 최저치다. 게다가 시장이 기대했던 폭스바겐 반사이익에 대해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주로 일본 자동차업체와 경쟁하기에 폭스바겐 사태 관련 국내외 반사이익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하면서 실망감을 안겼다.
SK하이닉스(000660)는 7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1조원대를 기록하며 시장기대치에 부합하긴 했지만 중국 국영기업이 메모리반도체시장에 뛰어든다는 소식이 발목 잡았다. 여기에 이날 삼성그룹주 오름세를 이끌던 주주환원정책 기대감도 낮아졌다. 이날 삼성물산(028260)은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자사주 소각을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결국 별 동력없이 방향성을 찾던 코스피는 맥없이 무너져내렸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그동안 대형 수출주를 포함해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돼왔는데 실적이 기대치에 못미친 데다 외국인까지 ‘팔자’를 보인다”며 “추세적으로 증시가 더 오르려면 펀더멘털이 개선되거나 환율 효과 등에 대한 전망이 좋아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확신이 없다보니 투자심리가 약해진다”고 판단했다.
다만 실망스럽더라도 지난해 3분기 기저효과에 힘입어 개선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환경이 바뀌지 않았는데 코스피가 2040선까지 오르면서 밸류에이션 부담 등으로 조정세가 나타났다”며 “시가총액 비중이 큰 삼성전자의 실적이 잘 나온 데다 지난해 3분기 실적이 안 좋았던 만큼 다른 기업의 실적이 좀 안 좋더라도 지난해 3분기보다 10% 가까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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