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최근 육군 훈련병이 군기훈련 중 쓰러져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됐지만 이틀 만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훈련병은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 구보, 팔굽혀펴기, 선착순 달리기 등 군기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당 병원은 훈련병이 지나친 체온 상승과 무리한 운동에서 비롯된 근육 손상으로 횡문근융해증 진단을 내렸다. 결국 훈련병의 사망 원인은 열사병으로 결론 났지만, 한동안 이름도 생소한 횡문근융해증이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 훈련병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강원 인제군 부대(사진=연합뉴스) |
|
횡문근융해증(橫紋筋融解症, Rhabdomyolysis)은 갑작스럽고 강도 높은 신체 활동으로 인해 근육(횡문근)에 충분한 에너지와 산소 공급이 이뤄지지 않게 되면서 근육세포가 파괴 또는 괴사하는 질환이다. 횡문근은 가로무늬근육이라는 의미로, 팔이나 다리 등의 골격근과 같은 일반적인 근육을 말한다. 횡문근이 파괴돼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하면 근육세포 안에 있는 미오글로빈, 단백질, 크레아틴키나제, 전해질 등이 혈류로 흘러 들어가고, 혈류로 들어간 근육세포 내 물질은 콩팥(신장) 세뇨관을 망가뜨린다.
음상훈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갑작스럽고 강도 높은 신체 활동은 근육을 파괴하고, 파괴된 근육세포 내 물질은 다시 혈류로 흘러 들어가 콩팥 기능을 떨어뜨린다”며 “이렇게 되면 극심한 근육통과 혈뇨, 심하면 급성신부전 등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응급실을 찾는 횡문근융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체 활동 후 갑작스런 근육통 또는 콜라색 소변 보이면 의심
횡문근융해증은 모든 사람에게 생길 수 있지만 평소 운동을 잘 하지 않다가 고강도 운동을 지속한 경우나 더운 날씨에 충분한 수분 보충 없이 활동을 지속하는 경우에 잘 생길 수 있다. 특히 스피닝과 크로스핏 같은 저중량으로 장시간 반복적인 운동을 하거나, 고중량의 근육 운동을 짧은 시간 안에 반복해서 할 경우 횡문근융해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철 환자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증상은 강도 높은 신체 활동을 한 부위에 갑작스러운 근육통이 나타나고, 검붉은색(콜라색)의 소변을 보는 것이다. 심한 경우 발열, 구토, 전신쇠약, 부종 등 전신 증상을 동반하거나 갑작스러운 콩팥 기능 악화로 급성신부전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음상훈 교수는 “몸속 정수기로 불리는 콩팥은 우리 몸의 대사 과정이나 음식을 섭취해 생기는 노폐물을 처리하고, 몸 안의 수분량과 전해질을 조절하며 여러 가지 호르몬을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신체 활동 후 갑작스러운 근육통이나 콜라색 소변이 나타난다면 콩팥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는 만큼 빨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급성신부전증으로 진행하면 투석치료 필요할 수도
치료는 기본적으로 병의 원인인 고강도 신체 활동을 중단하고, 절대적인 침상 안정과 수액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충분한 수액 치료와 수분 공급을 통해 소변으로 근육 괴사물질을 배출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급성신부전으로 진행하는 경우에는 드물지만 투석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다만 평생 투석치료가 필요한 말기신부전증과 달리 대부분 신장 기능이 회복돼 투석을 중단할 수 있다.
횡문근융해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본인에게 맞는 적정량의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온과 습도가 너무 높은 곳에서의 신체 활동도 피한다. 신체 활동 후에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한다. 근육에 무리를 주는 과격한 운동, 근육이 장시간 긴장하는 부동자세, 근육의 장시간 압박 등의 상황은 피한다. 또 과격한 운동이나 활동 후 심한 근육통, 발열, 전신쇠약, 소변색의 변화 등이 나타나면 신속히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도록 한다.
음상훈 교수는 “횡문근융해증은 젊은 사람이라도 급성신부전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며 “운동을 할 때도 처음부터 무리하기보다는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적절한 운동을 찾아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나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