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신고자 신분노출엔 무방비…김영란법 처음부터 '삐그덕'

경찰, 신고내용 공개…공익 신고 위축될까 '우려'
신고자는 김영란법으로 보호되지만 피신고자는 무방비
무고죄 처벌 가능하지만 시간·비용은 본인 몫
  • 등록 2016-09-29 오후 4:17:47

    수정 2016-09-29 오후 5:22:46

[이데일리 장영은 이승현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 첫날부터 신고자와 피신고자 보호상의 허점을 드러냈다.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김영란법의 첫 수사 대상자가 될 것으로 거론되면서다.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경찰과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6건의 신고 중 유독 이 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신고자와 피신고자, 신고 내용이 모두 공개됐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같은날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 자치단체장이 관내 경로당 회장 160명을 초청해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관광을 시켜주고 점심을 제공하는 등 청탁금지법·공직선거법 등을 위반했다고 신고(서울)”했다고 밝혔다.

해당일에 서울에서 있었던 유사한 행사를 찾아보면 해당 행사와 피신고자를 추측할 수 있는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신고자는 당초 경찰에서 밝힌 내용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신고자 측이 나서면서 드러났다.

이에따라 현재 신 구청장은 위반은 물론 수사 여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공공연하게 김영란법 ‘수사 1호’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강남구 측은 김영란법 1호 수사대상자로 지목된 데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행사는 노인들을 위해 매년 예산을 편성해 실시하는 문화탐방 프로그램으로 대한노인회 회원들이 아닌 강남구내 각 경로당 임원진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김영란법을 위반한게 아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권익위측은 신고 내용을 밝힌 것이 적절치는 않지만 김영란법에 신고자 보호에 대한 내용만 있을 뿐 피신고자의 신분을 보호하는 조항은 없는 만큼 문제 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영란법 조항에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2조 제1항을 위반해 신고자등의 인적사항이나 신고자등 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한 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김영란법 위반시 받을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처벌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비밀 누설 금지조항에 따라 신고내용에 대해서는 담당 조사관 외에는 다른 직원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경찰에서 밝힌 내용에 신고자에 대한 부분은 없기 때문에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검찰도 비슷한 입장이다.

권익위는 경찰서 등에 신고자 보호를 위해 신고 내용에 대해서도 외부 유출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피신고자 노출에 따른 불이익에 대한 고려는 없는 상황이다. 권익위측에서는 피신고자가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맞대응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신변 노출 이후 당사자가 겪는 불이익과 이후 법적 대응에 따른 비용 등은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온전히 당사자의 몫이 되는 셈이다.

김영란법에 피신고자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점은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피의자 신상공개를 하지 않는 원칙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 또 신고자와 피신고자와 모두 밝혀지는 전례가 생기면서 향후 김영란법 관련 공익 신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고내용 자체가 신고자를 특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고내용 공개는 피의사실공표죄와 관련된 문제인데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적당한 범위 내에서 공개하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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