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떼고 포 뗀 현대·한진..단순해진 사업구조 향후 과제는

자구계획으로 3년간 총 5.2조원 유동성 확충
캐시카우 전용선 사업부·터미널 매각 등 악재
장기 수익성 우려.."사업구조 개선 작업 필요"
  • 등록 2016-05-16 오후 4:57:47

    수정 2016-05-16 오후 7:07:44

1만TEU급 컨테이너선 한진 코리아호 이미지. 한진해운 제공.
[이데일리 성문재 최선 기자] 양대 국적 해운사가 생존을 위한 자구 노력으로 알짜배기 사업을 정리하고 있어 앞으로 살아남더라도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수익을 낼 방안이 단순화한데다 컨테이너선 사업 비중이 높아져 시황에 민감해졌기 때문. 전문가들은 경영정상화 이후에는 단순해진 사업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011200)한진해운(117930)이 지난 2013년부터 추진해온 자구계획으로 확충한 유동성은 약 5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현대상선은 3조1830억원, 한진해운은 2조14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각종 자산과 사업부문 등을 매각한 결과다.

문제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모두 이익창출에 보탬이 되던 전용선 사업부, 터미널 매각 등으로 캐시카우를 잃었다는 점이다. 현대상선은 부산신항만 지분, LNG운송사업부, 벌크전용선 사업부를 매각했고, 한진해운도 부산신항 지분, 스페인과 평택 터미널 지분, 벌크전용선 사업부를 팔았다.

현대상선이 매각한 LNG전용선 사업부는 2014년 매각 전 어려운 해운경기 속에서도 매년 2500억원 안팎의 매출과 17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던 알짜 사업부였다. 한진해운도 벌크전용선 사업부를 매각했는데 이 부문 역시 매각 전인 2013년 매출 6820억원, 영업이익 1699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2년 전보다 21.2%, 32.3% 증가한 금액이다. 이들 전용선은 컨테이너선처럼 정기적으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선박공간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어 수익성이 높다.

두 국적 선사는 아울러 정기선 사업의 중요한 인프라가 되는 터미널까지 매각했다. 터미널은 주요 간선항로의 거점에 위치해 선박의 운항일정을 지키고 물류 공급망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준다. 향후 컨테이너선 시장이 살아난 이후 사업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차(車) 떼고 포(包) 뗀 두 해운사가 자구안을 모두 실행하고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지난해 기준 컨테이너선 사업 부문 비중이 77%, 92%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각종 자구안 이행으로 컨테이너선 경기에 더욱 민감해졌다. 에너지 고효율 선박과 1만4000TEU급 대형 선박을 보유하지 못한 점도 약점이다.

전문가들은 높은 용선료 인하, 고효율 선박 도입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알짜 사업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온 해운사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강교진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경영진과 채권은행 등이 사업 개선을 위한 방안을 선제적으로 구했어야 했다. 지금의 자구안 이행은 많이 늦은 감이 있다”며 “부실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정상화가 된다면 획일화된 사업 구조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선주협회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무너진다고 가정하면 국가적으로는 최대 166억3000만달러(약 19조5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는 양사의 연간 매출뿐만 아니라 항만업·무역업 등 연관산업의 손실이 포함된다. 일자리 감소 규모는 해운업계 2130명, 부산 해운항만업계 3316명 등 총 5446명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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