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지원금 철회·열린민주 통합 추진…與, 위기 돌파 승부수

한 발 물러선 이재명 "어떤 형식이든 신속 과감한 지원 필요"
열린민주당 통합 연내 마무리 목표, 박빙 구도 범여권 결집 필요
핵심 지지층 `집토끼` 결집과 동시에 민생 우선 행보 강조
  • 등록 2021-11-18 오후 5:41:38

    수정 2021-11-18 오후 8:55:34

[이데일리 이유림 이상원 이성기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8일 열린민주당과의 합당 논의에 공식 착수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철회 의사를 내비쳤다. 핵심 지지층인 `집토끼`를 결집시키고 선명성 대신 민생 우선 행보를 강조하면서 30%대 박스권에 갇힌 이 후보의 지지율 정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정당쇄신, 정치개혁 의원모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장은 다급한데 정치의 속도는 너무 느리다. 야당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도 신규 비목 설치 등 예산 구조상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한다”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이 너무 어렵다. 지원 대상과 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썼다.

야당의 반대에다 당정 간 갈등이 커지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기획재정부가 올해 초과세수를 10조원에서 반나절 만에 19조원으로 수정한 것을 두고, 의도적 과소 추계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정조사까지 언급했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정당 쇄신·정치 개혁 의원 모임`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신속히 지원해야 한다는 대의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때문에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있다”면서 “전 국민 소비 쿠폰 방식이든 선별 지급 손실 보상 어떤 형식이든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하는 동시에 당은 범여권 통합의 깃발을 들었다.

앞서 고용진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오전 기자회견에서 “어제 송영길 대표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당 대 당 통합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통합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당 대 당 통합 작업을 전담할 실무 협상단장으로는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우상호 의원을 선정했다.

이달 초만 해도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통합 문제는)앞으로 자연스럽게 논의하게 될 것”이라던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이 바뀐 것은 최근의 여론 흐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서 10%포인트 안팎의 격차로 밀리는 데다, 격차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정권 교체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연 확장도 중요하지만, 여권 통합을 통해 지지율 열세를 만회할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송영길(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월 11일 오후 국회 열린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해 최강욱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통합 논의에 최대한 속도를 내 연내 마무리 하겠다는 방침이다.

우 의원은 “올해 안으로 모든 결정을 마무리 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합당을)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협상단 대화를 통해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도 지난달 말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에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에 개혁 진영이 최대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열린민주당 지지층이 여권 내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되는 만큼, 중도 확장에 되레 역효과가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우 의원은 “지금까지 선거를 보면 지지층 총결집이 먼저 이뤄진 뒤 외연으로 확장하는 사례를 반복해왔다”면서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이 외연 확장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도 “충분히 융화될 수 있으리라 본다”며 “차이점이 있다면 노력해서 하나의 정당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과 대선 후보 지지율을 2~3% 밀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썼다.

한편 열린민주당은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관련 논의를 진행한 뒤, 협상단을 구성키로 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단장을 맡고 황희석 최고위원, 안원구 사무총장, 김의겸 의원이 참여한다. 열린민주당 측은 “합당을 전제로 한 추진이 아니라 합당 여부를 논의할 협상단을 구성키로 한 것”이라면서 “당원이 결정권을 가진 정당으로 중요 결정은 당원에게 일임하고 있는 바 민주당의 제안에 대해 당원의 뜻을 모아 협상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심판의 날은 다가오는데 민심은 멀어져가니, 어떻게든 `영끌`이라도 해보겠다는 심산”이라고 혹평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다른 정당인지조차 헷갈릴 정도인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통합 추진은 야합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철회와 관련해서는 “이 후보의 고집에서 비롯된 소모적 논쟁으로 국민들은 혼란을 겪었고, 민주당과 기재부는 낯뜨거운 싸움을 벌였다. `아쉽다`가 아닌 `죄송하다`가 먼저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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