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통하는 ‘카카오’의 전신은 2006년 12월 세워진 아이위랩이란 회사다. 당시 이 회사의 주식 액면가격은 500원에 불과했다. 존재감이 미미했던 이 회사는 2010년 3월 카카오톡을 내놓으면서 대박을 친다. 6개월 만에 카톡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자 아예 이 회사는 사명을 카카오로 바꿨다. 액면가 500원으로 시작한 주당 가치는 2013년 5만~6만원까지 넘어섰고 2014년 5월 포털사이트 다음과 합병하며 몸값을 한 번 더 끌어올렸다.
카카오처럼 ‘될성부른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시대가 본격 열린다. 바로 25일부터 시작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서다. 크라우드펀딩의 가장 큰 매력은 일반 개인투자자들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초기 기업에 지분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카카오처럼 대박을 치면 초기에 싼값에 주식을 산 투자자로선 상당한 수익을 손에 쥘 수 있다. 물론 벤처기업 특성상 망할 확률도 높은 만큼 원금을 다 잃을 가능성도 크다.
크라우드펀딩 투자 어떻게 하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첫걸음은 전용 사이트(크라우드넷)를 찾는 데서 시작된다. 여기서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얻었다면 이 사이트에 등록된 온라인 중개업체 사이트로 넘어가면 된다. 현재 와디즈를 비롯해 5개 중개업체가 등록했다. 이들은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모집하려는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기자는 와디즈를 통해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해봤다. 투자의 모든 과정은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지난해 정부가 비대면 금융거래를 허용한 덕분에 스마트폰으로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찍어 사진파일을 올리는 것으로 실명확인을 대신할 수 있다. 다만 사진파일을 올리기에 앞서 계좌조회를 통한 실명확인을 거치기 때문에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또는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를 갖춰놓고 있어야 한다. 사들인 주식을 담을 증권계좌도 준비해 둬야 한다.
| △ A업체 주식 배정 확인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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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와디즈엔 싸이월드를 비롯해 5개 기업이 목표 자금 모집에 나섰다. 기자는 ‘나의 추억이 담겨 있는 서비스, ○○의 주주가 되어주세요’란 문구를 내건 A업체에 눈길이 갔다. A업체가 내건 기업정보를 찬찬히 살폈다. 모바일앱 중심으로 서비스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이 업체의 전략이 눈에 띄었다. 기자는 이날 10만원을 투자해 이 회사 주식 50주를 사들였다. 물론 한 달간 진행되는 펀딩에서 A업체가 애초 모집하기로 한 5억원의 80%를 모집하지 못하면 투자는 자동으로 취소된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A회사 펀딩엔 투자자 26명이 몰려 400만원의 자금이 모아졌다. 황인범 와디즈 파트장은 “투자자들은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발행기업과 직접 소통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이점이 크라우드펀딩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 1년 뒤 주식 팔 수 있어
이날 펀딩에 성공한 제1호 기업도 나왔다. 친환경 해양바이오 R&D 회사인 마린테크노로 이 회사는 펀딩 3시간30분 만에 모집금액 7000만원을 웃도는 자금을 모았다.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이 이 회사에 200만원을 투자해 눈길을 끌었다. 개인투자자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년 동안 한 기업에 최대 200만원, 연간 최대 투자금액은 500만원으로 제한된다. 사들인 주식은 1년 뒤 비상장주식 전용 거래 게시판(금융투자협회의 ‘K-OTC BB’)에서 팔 수 있다. 비상장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만큼 투자실패 확률도 높다. 업계에선 투자 성공률이 30%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1년 뒤 주식을 팔 수 있다고 해도 경우에 따라선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보통 비상장회사들이 주식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IPO(기업공개)를 하는데 5년 넘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본적으로 크라우드펀딩은 장기 투자라고 볼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은 기업의 미래가치에 투자하는 것인 만큼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투자금 회수기간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