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읽어주는 남자]`한미약품 쇼크` 암초 만난 바이로메드

신약 개발 위한 임상 3상 앞두고 대규모 증자 나선 바이로메드
한미약품 사태가 제약바이오 투자심리에 영향 우려
  • 등록 2016-10-05 오후 4:15:06

    수정 2016-10-05 오후 4:15:06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자금을 조달하려고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바이로메드(084990)가 한미약품 사태라는 암초를 만났다. 한미약품이 계약 해지 정보를 늑장 공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제약·바이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바이로메드는 매출액 36억원, 영업이익 4억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1조6000억원을 정당화하기엔 미흡한 실적이다.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가 주가의 상당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바이로메드는 허혈성 지체질환, 당뇨병성 신경병증,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허혈성 심장질환을 치료할 신약 ‘VM202’와 항암유전자백신 ‘VM206’을 개발하고 있다. 심혈관질환, 신경계질환, 암 질환 등은 선진국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까지 근본적으로 치료할 약물이 없기 때문에 의약업계는 바이로메드가 개발에 성공하면 시장성이 클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VM202-DPN)와 허혈성 지체질환 치료제(VM202-PAD)에 대해선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3상을 승인받았다. 혈소판 감소증 치료제(VM501)는 중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로메드는 VM202-DPN 개발에 성공해 출시하면 진통제 효과를 보지 못하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가 주로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4년 기준으로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는 전세계 2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에서만 140만명에 달하는 환자가 고통받고 있다. 계획대로 치료제를 개발하면 신약을 통한 매출이 상당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바이로메드 주가는 지난해 250% 상승했다.

임상 3상을 앞두고 바이로메드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568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조달 자금규모는 오는 12일 신주 발행가격을 확정할 때 줄어들 수 있다. 조달한 자금 가운데 1544억원은 임상진행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한다.

당초 증자를 결정했을 당시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했다.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봤다. 김성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기술이전과 상업화를 위해서는 후기단계 임상 개발이 필연적”이라며 “증자자금을 계획대로 VM202 해외 임상에 투입하면 신약 기준으로는 한미약품에 이어 국내 2번째 규모의 임상 개발비”라고 평했다.

하지만 한미약품 사태로 신약 개발에 대한 시각이 보수적으로 변하면서 주주의 증자 참여 열기는 한풀 꺾일 우려가 커졌다. 한미약품의 계약 해지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신약 개발에 대한 리스크가 주목받고 있다. 정보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렸을 때 실적 개선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며 “신약개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당분간 제약·바이오 업종지수는 부진할 것”이라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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