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에서 2년여간의 생각을 정리한 저서 ‘나의 목민심서 강진일기’를 들고 ‘개헌’과 ‘탈당’ 등 묵직한 주제를 던졌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더민주 의원 등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야권의 대선 판세도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손 전 고문은 20일 오후 4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계 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손 전 고문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듯 정론관은 이른 시간부터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뒤얽혀 북새통을 이뤘다. 양승조, 임종성, 최명길, 이찬열, 이종걸, 김병욱, 고용진 의원 등도 손 전 고문을 응원하기 위해 정론관을 찾았다.
손 전 고문의 이날 메시지는 개헌에 집중됐다. 그는 다산 정약용의 “이 나라는 털끝 하나인들 병들지 않은 게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것”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87년 헌법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했다”고 단언했다.
유력한 대선 후보로서 손 전 고문이 개헌 이슈를 앞세우면서 야권의 대권 지형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야권 대선 후보 중 가장 앞서나가는 문 전 대표는 개헌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개헌을 시대적 과제로 여기는 야권의 원로나 중진급 인사들의 반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손 전 고문은 또 정계 복귀와 동시에 탈당을 하면서 역시 문 전 대표를 비롯한 더민주 인사들과 각을 세웠다. 그는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당 대표를 하면서 얻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다. 당적도 버리겠다”고 말했다. 손학규 계파의 연쇄 탈당도 이어질 전망이다. 기자회견 뒤 이찬열 의원은 “내가 여기 남아서 뭐하겠나. 대표님 있는 곳으로 가야지”라며 탈당 의지를 보였다.
정계 복귀를 선언했지만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손 전 고문은 “손학규 대통령”을 외치는 지지자를 향해 찡그린 표정을 지으며 만류의 뜻을 드러냈다. 취재진이 손 전 고문을 따라나서며 모두 24가지의 질문을 던졌지만 어떠한 질문에도 답하지 않고 “앞으로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자리를 떠났다.
손 전 고문의 복귀에 대한 야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문 전 대표는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 선언 질문 자체를 막으며 “언론이 이 말을 그대로 다뤄주지 않는다”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반면 국민의당 인사들은 환영의 뜻을 드러냈다. 안 전 대표는 “정계복귀를 환영한다. 힘을 합해야 한다”고 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쌍수 들어 환영한다. 국민의당에 와서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노골적인 입당 권유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