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인천 청라의 오피스텔에 살던 송 모 씨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지만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았다. 보증금 미반환 의도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집주인은 송 씨의 다음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집을 내놨지만 시장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 기다리라고 요구했다. 은행의 전세금 대출 반환도 못 해 대환 대출을 진행하면서 내는 이자도 당장은 송 씨 몫이다. 보증보험에 가입했지만, 5개월째 처리 중이라는 답변만 받은 채 시간이 흐르고 있어 발만 구르고 있다. 악성 임대인에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속을 태우고 있다.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되기 쉽지 않을뿐더러 보증금 보험에 가입했어도 처리가 늦거나 거부되기 때문이다. 1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홍기원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5년간 전세보증보험 가입 후 보험 지급 이행이 거절된 건수는 총 182건이었다. 이렇게 거절된 보증금액 규모는 359억 83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 또는 허위의 전세계약에 의한 거절은 HUG가 보증보험 가입심사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한 사기행위를 뒤늦게 발견한 것인데 올해 들어서만 48건(98억 2400만원)이나 거절돼 지난해 16건(33억 5200만원)에 비하면 3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전세반환사고 피해자 늘면서 처리 기간 지연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접수된 보증금 반환 신청 5078건의 46.1%인 2340건은 실제 지급까지 5주 이상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27건(4.5%)은 올해 3월 셋째 주까지도 보증금 반환이 안 됐다. ‘30일 안에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약관이 있는데도 실상은 5주 이상 기다리는 세입자가 절반 이상인 셈이다. 이는 지난해 보증금이 지급된 4851건만 집계한 결과로 전세금 반환 신청 후 담당자가 배정돼 정식 접수까지 길게는 한 달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전세금 지급 기간은 더 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전세반환사고 발생 시 피해자 구제기간이 길어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는 만큼 전세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전세금 반환소송은 보통 1년 정도 걸리고 그 기간 들어간 이자 등을 돌려받기 위한 손해배상청구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전세 계약 시 유의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가 정부 여당의 특별법을 규탄하고, 피해자 인정 범위 확대, 보증금 회수 방안 보완 등의 해결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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