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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통신장비 업체 1위인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견제하는 데 미국 정부가 나선다는 점에서 든든한 아군을 얻은 셈이지만, 이 정책이 반드시 삼성전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에 숨겨놓은 ‘백도어’(Backdoor)를 이용해 5G 통신망을 해킹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미국 정부는 자국은 물론, 동맹국들에게도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지 말 것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화웨이의 유력 경쟁사인 노키아와 에릭슨에 자금 지원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가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노키아와 에릭슨 등 유럽 통신장비업체에 화웨이처럼 고객들에게 신용대출을 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화웨이는 중국 국영기업들의 지원을 받아 이동통신사들에게 낮은 이율로 장비 구입 자금을 대출해주고 있다. 단순히 장비를 공급하는 것이 아닌 그 장비를 살 수 있는 돈까지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는 이통사들이 화웨이 제품을 선호하는 큰 요인 중 하나였다.
실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오라클과 시스코 등 미국의 대기업에게 무선통신시장 진출 의사를 타진했지만 두 회사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개발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미국 정부는 동맹국인 유럽의 통신장비회사들을 키우기로 방향을 돌렸다. 마켓리서치회사 델로로에 따르면, 화웨이는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의 28%를 점유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노키아는 17%, 에릭슨은 13.4%로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수십년 전 통신장비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했고 현재 국가 안보 차원에서 이는 최선이 아니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의 모든 부처가 이 게임에 다시 돌아갈 길을 절실하게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화웨이가 5G 네트워크 구축을 원하는 사람에게 유일한 선택지가 될 수 있는 것이 정부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 교체를 촉진하기 위해 궁리하고 있는 다양한 지원책 역시 향후 5G 시장을 좌우할 주요 변수다.
일례로 최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5G 기술 관련 스타트업인 알티오스타와 여러 공급업체들의 장비를 호환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통신장비는 타사 제품과 정보 처리를 상호 운영하지 않아 화웨이 제품을 사용해 구축한 통신망은 반드시 화웨이 제품만 사용해야 하고 노키아 제품을 활용해 구축한 통신망은 반드시 노키아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현재 상당수 4G 통신망이 이미 화웨이 제품으로 구축돼 있는 상황에서 5G 통신망을 다른 제품으로 사용해야 할 경우, 기존 설비를 모두 교환해야 해 거액의 추가 비용이 든다는 것 역시 통신사들이 무작정 화웨이 금지를 외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였다.
하드웨어가 아닌 클라우드 서버에서 데이터를 처리해 통신망을 구축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알티오스타는 자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신 미국 정부에게 요구하는 것은 통신장비 업체들이 자사 제품을 의무적으로 탑재하도록 하는 것이다. 티에리 모필레 부사장은 “또 다른 화웨이를 만들지 않는 대안이 있다”며 “우리 제품은 매우 매력적이지만, 이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미국 정부는 기존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시골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수억달러를 제공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 계획은 현재 의회에서도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