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부회장 승진자는 오는 1월1일부로 LG전자의 CEO(최고경영책임자)를 맡아 LG브랜드를 글로벌 1등 브랜드로 키워내는 소임을 담당하게 됐다.
도자기 장인으로 아들이 가업을 이어주길 원했던 부친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까스로 고교에 입학했던 조 부회장은 ‘세탁기 장인’의 길을 택했다. 1976년 서울 용산공고를 졸업하고 금성사에 입사해 2012년까지 36년간 세탁기 사업에 몸담았다. 고교 졸업 당시만해도 선풍기 사업이 큰 인기를 끄는 반면 세탁기 보급률은 0.1%도 안됐다. 하지만 세탁기가 빨래를 하는 동안 사람들이 미래를 위한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조 부회장은 LG전자의 자랑인 ‘DD(다이렉트 드라이브·Direct Drive) 모터’의 주역이다. 조 부회장이 입사했을 당시 세탁기는 일본에 대한 기술 의존도가 절대적이었고 핵심부품 국산화가 시급했다. 조 부회장은 세탁통과 모터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DD모터가 세탁 성능은 물론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한편 소음을 줄여줄 것으로 봤다.
이후 조 부회장은 최초의 듀얼 분사 스팀 드럼세탁기와 6가지 손빨래 동작을 구현한 6모션 세탁기, 세계 최초 상단 드럼세탁기와 하단 미니워시를 결합한 트윈워시 등 혁신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는 힘들게 개발해 낸 DD모터와 트윈워시 등의 역작을 자식처럼 여기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세탁기에 대한 높은 열정으로 지난 1998년과 2013년에 직접 TV광고 모델로 출연하기도 했다.
|
‘LG 시그니처(LG SIGNATURE)’와 빌트인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IGNATURE KITCHEN SUITE)’ 등 프리미엄 브랜드 출범은 LG전자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이 되고 있다. 올해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은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등에서 역대 최고의 성과를 냈다.
조 부회장은 평소 자택과 집무실을 신제품 테스트 장소로 두고 시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제품 개발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항상 새 옷처럼 의류를 관리해주는 ‘스타일러’와 물걸레 키트에 보조 걸레를 달아 바닥의 찌든 때를 닦아내는 아이디어는 모두 그가 내놓은 것이다. 일년에 절반 이상을 경남 창원 공장에서 보내기도 한다.
조 부회장은 “새로운 신화의 중심에는 최고의 제품이 있다. 제조회사의 본질은 제품에 있으며 품질은 절대 타협할 수 없다”는 것을 평소 지론으로 두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치지 않는 도전정신과 열정, 제품에 대한 집념이 바로 조 부회장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