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간 1차 대국에서 이 9단은 186수째 불계패를 당했다. 당초 5대0 압승을 예상했던 바둑계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이세돌 9단도 패배후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5대5”라며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 9단과 알파고간 이번 대국의 초반 판세는 이 9단이 주도했다. 이 9단은 백돌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흑돌을 집었다. 알파고의 의표를 찌르기 위한 목적이다.
|
진짜 전투는 24수째 이뤄졌다. 알파고는 24수째 의외의 수를 뒀다. 일반 프로기사라면 두지 않을 수였다. 이 9단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로도 알파고는 1분에서 1분30초 일정한 시간으로 바둑을 두면서 이 9단을 압박했다. 수를 놓는 시간으로 상대방의 심리를 가늠했던 이 9단 입장에서는 생소한 상황이었다. 김성룡 9단은 “이세돌 9단이 느낄 시간에 대한 압박이 굉장히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반 이후 알파고가 실수를 연달아 범하면서 이 9단이 유리한 국면을 잡았다. 알파고는 90수째에 실수를 놓으며 80수 이후 뒀던 10수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이후 분위기는 이 9단의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분위기는 이 9단이 실수를 두면서 급반전했다. 김성룡 9단은 “127수에서 실수를 뒀다”며 “눈에 띄는 실수”라고 했다. 알파고도 136수째 실수했지만 전세는 바뀌지 않았다. 경기 종료 불과 40분을 앞두고 벌어진 급반전이었다.
결국 이 9단은 186수째에 돌을 던졌고 불계패했다. 김 9단은 “127수째 나왔던 실수가 결정적”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현장에 자리했던 바둑계 인사들은 이 9단의 패배가 확정되자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해설을 맡았던 김 9단은 몇번이나 복기를 하며 승패를 계산했다.
김성룡 9단은 “실수마저 계산됐을 수 있다”며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바둑의 판세까지 읽고 있다”며 “정말 놀라운 수준”이라고 했다.
현장의 기자들도 이 9단의 패배에 탄식했다. 대국 중후반까지는 이 9단의 승리를 낙관했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은 경기후 회견에서 “초반 알파고가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에 놀랐다”며 “사람이 도무지 둘 수 없는 수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젠 5대5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파고 개발사 딥마인드 측은 말을 아꼈다. 딥마인드 관계자는 “아직 4번의 대국이 남아 있다”며 “이 9단이 남은 4번동안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