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국] '바둑 너마저'..이세돌, 알파고에 패배(재종합)

이세돌 9단, 예상치 못한 수에 당혹..불계패
우세 자신했던 바둑계는 충격과 탄식
  • 등록 2016-03-09 오후 6:10:32

    수정 2016-03-09 오후 6:11:32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1997년 IBM의 체스 슈퍼컴퓨터 ‘딥블루’의 체스 승리 이후 19년만에 인간이 기계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기계가 감히 범접할 수 없다고 평가 받았던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인간 최고수를 이긴 것이다.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간 1차 대국에서 이 9단은 186수째 불계패를 당했다. 당초 5대0 압승을 예상했던 바둑계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이세돌 9단도 패배후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5대5”라며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 9단과 알파고간 이번 대국의 초반 판세는 이 9단이 주도했다. 이 9단은 백돌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흑돌을 집었다. 알파고의 의표를 찌르기 위한 목적이다.

이세돌 9단 패배애 망연자실한 현장 해설가 김성룡 9단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의 변칙수에 정석적인 플레이로 대응했다. 현장 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은 “아직은 프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혹평할 정도였다.

진짜 전투는 24수째 이뤄졌다. 알파고는 24수째 의외의 수를 뒀다. 일반 프로기사라면 두지 않을 수였다. 이 9단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로도 알파고는 1분에서 1분30초 일정한 시간으로 바둑을 두면서 이 9단을 압박했다. 수를 놓는 시간으로 상대방의 심리를 가늠했던 이 9단 입장에서는 생소한 상황이었다. 김성룡 9단은 “이세돌 9단이 느낄 시간에 대한 압박이 굉장히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 9단은 67수째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둘 뻔했다. 다행히 돌을 두기 전 손을 올려 악수(惡手)를 면했다. 이 9단의 표정은 굳어졌다.

중반 이후 알파고가 실수를 연달아 범하면서 이 9단이 유리한 국면을 잡았다. 알파고는 90수째에 실수를 놓으며 80수 이후 뒀던 10수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이후 분위기는 이 9단의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분위기는 이 9단이 실수를 두면서 급반전했다. 김성룡 9단은 “127수에서 실수를 뒀다”며 “눈에 띄는 실수”라고 했다. 알파고도 136수째 실수했지만 전세는 바뀌지 않았다. 경기 종료 불과 40분을 앞두고 벌어진 급반전이었다.

결국 이 9단은 186수째에 돌을 던졌고 불계패했다. 김 9단은 “127수째 나왔던 실수가 결정적”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현장에 자리했던 바둑계 인사들은 이 9단의 패배가 확정되자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해설을 맡았던 김 9단은 몇번이나 복기를 하며 승패를 계산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사실상 알파고에 이 9단이 말린 것”이라며 “이대로 가다가 5대0 패배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후반 판세를 뒤흔드는 이세돌 9단의 스타일이 기계 앞에선 먹히지 않았다”고 했다.

김성룡 9단은 “실수마저 계산됐을 수 있다”며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바둑의 판세까지 읽고 있다”며 “정말 놀라운 수준”이라고 했다.

현장의 기자들도 이 9단의 패배에 탄식했다. 대국 중후반까지는 이 9단의 승리를 낙관했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은 경기후 회견에서 “초반 알파고가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에 놀랐다”며 “사람이 도무지 둘 수 없는 수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젠 5대5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파고 개발사 딥마인드 측은 말을 아꼈다. 딥마인드 관계자는 “아직 4번의 대국이 남아 있다”며 “이 9단이 남은 4번동안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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