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인플레 걱정 본격화…11월 금리인상 후 내년초 인상도 열어둬(재종합)

임지원·서영경 금통위원 '금리 인상' 소수의견 내놔
'연속 금리 인상 불가'로 해석된 '점진적' 표현 삭제
물가 전망 상향 조정 가능성…내년 1월 인상도 배제 못해
이주열 "현재 기준금리, 중립금리보다 상당폭 낮다"
JP모건 내년말까지 1.5%로 인상…캐피탈이코...
  • 등록 2021-10-12 오후 4:48:28

    수정 2021-10-12 오후 9:07:50

[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한국은행이 11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넘어서서 내년 초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도 열어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 한국은행)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이 빚투(빚을 내 투자)로 쌓은 집값 등 자산 거품 우려였다면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이끈 것은 물가 상승률이었다. 경기, 물가, 빚투로 인한 자산 거품 등 각종 지표들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

특히 한은이 연속 금리 인상 불가로 해석된 ‘점진적’ 인상이란 표현을 삭제한 데다 7명의 금통위원 중 2명이나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11월 인상을 넘어 내년초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주열 “다음 달 추가 금리 인상 고려할 수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다. 8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이달 동결했다. 그러나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은 사실상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못 박는 데 주력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임지원, 서영경 금통위원이 나란히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내면서 향후 금리 인상 횟수가 한 차례 이상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경기 흐름이 우리 예상대로 간다면 다음 번 회의(11월 25일)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출처: 한국은행)


특히 한은은 8월 통화정책방향 문구에 적시됐던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란 표현을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란 표현으로 바꾸었다. ‘점진적’ 표현이 시장에서 금리 인상 시점에 텀을 두는 것으로 인식해 이를 ‘적절히’로 바꿨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데일리가 금통위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 경제연구소 소속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명이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바로 ‘점진적’이란 표현이 8월 금리 인상 후 10월 연속 인상보다는 11월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게 이유였다.

이 총재는 “(금통위에선) 점진적이란 뜻을 시기, 폭을 모두 다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해왔는데 시장에선 (금리 인상을) 한 번 건너 뛰는 것으로 이해해 앞으론 이런 의미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8월 금리 인상에도 성장세, 물가 오름세가 확대돼 실물 경제 상황에 대비한 통화정책의 실질 완화 정도가 확대됐다”며 “현재 실질금리는 큰 폭의 마이너스(-0.5~-1.5%)이고, 기준금리는 내부적으로 추정한 중립금리보다 상당폭 낮은 수준에 있다”고 덧붙였다.

‘점진적 조정’을 ‘적절히 조정’으로 바꾼 것은 한은이 11월에 금리를 올리고 내년 1월 또는 2월에 추가로 금리를 올리더라도 이를 시장이 무리 없이 받아들이도록 정책 스탠스를 변경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다음 달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됐고 내년 1분기 인상 가능성도 확실히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며 “1월, 2월 이 총재 임기 내 올릴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 술 더 떠 내년말까지 기준금리가 연 1.5~1.7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11월, 내년 1분기, 내년 3분기 총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전망했고, 캐피탈이코노믹스는 11월에 이어 내년에만 세 차례 금리 인상으로 내년말 금리가 1.75%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인플레이션 우려 커졌다…‘공급 차질에도 경기는 기조적 회복세’

한은이 내년 초까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은은 8월 올해 물가상승률을 2.1%로 상향 조정했는데 이미 9월까지 누적 물가상승률이 2.0%를 기록, 11월 추가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80.52달러(11일)를 기록해 7년 만에 80달러를 돌파했다.

이 총재는 “지난 금통위 이후 국제유가 상승세가 확대됐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변화”라며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어 유가가 더 오른다면 올해 물가상승률은 8월 수치를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화정책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은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통화정책방향 문구에서도 올 4분기 물가상승률은 2% 중반 수준을 나타내다가 다소 낮아지고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 물가를 중심으로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가 1%대 후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이날 장중 1200원을 넘어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는 점도 수입물가를 통한 소비자물가를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 전력난, 동남아시아의 코로나19 재확산, 해상 물류적체 장기화 등 공급망이 막히면서 세계 경제 회복 기대감이 약해지고 있으나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4%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세계 경제 성장세가 단기적으로 다소 완만해졌으나 기조적으로 볼 때 경제 활동 재개에 힘입어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견조한 수출 흐름, 9월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소비 회복세 강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졌으나 성장 자체가 잠재 수준(2%)을 상회하는 견실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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