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새누리…국민연금 역할론도 흐지부지(종합)

與,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권' 강화 검토…별소득 없어
자본시장법 개정도 난관 커…"국민연금 노출시 부작용"
與, 즉흥 대책 남발 지적…"정치권 나서면 부작용 우려"
  • 등록 2015-08-10 오후 9:24:45

    수정 2015-08-11 오전 8:12:01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새누리당이 ‘롯데 사태’ 후속대책 마련을 두고 연일 좌충우돌 하고 있다. 롯데가(家) 분쟁으로 상장 계열사 시가총액이 떨어진 만큼 국민연금에 노후자금을 맡긴 국민이 피해를 봤다는 인식 하에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를 검토했지만, 결국 소득없이 끝났다.

국회 일각에서는 의혹이 워낙 큰 만큼 급히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기업 내부문제를 외부에서, 특히 법 개정으로 제재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與,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권’ 강화 검토…별소득 없어

새누리당은 10일 국회에서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과 롯데 사태 이후 일각에서 제기된 주주권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소극적 주주권’ 행사 같은 현행법상 규정 외에 더 진전된 결론은 없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논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현재 자본시장법 내에서 연기금이 소극적 주주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그 범위 내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법 개정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국민연금법 105조에 명시된 운영지침에 따른다. 운영지침 내에는 의결권 행사만 따로 뗀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이 따로 있다. 행사지침에는 국내기업과 해외기업의 주식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이 각각 42개, 47개 마련돼있는데, 이는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아니다. 주주총회 안건을 두고 찬성과 반대 의사만 표하는 정도의 의결권 행사(소극적 주주권) 기준만 있다.

적극적 주주권은 △회계장부 열람권 △검사인 선임청구권 △주주총회 소집청구권 △주주제안권 △집중투표 청구권 △대표소송 제기권 등을 말한다. 현행 상법상 다 보장된 권한들이다.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려면 상법 외에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만 이는 ‘연금 사회주의’ 비판을 곧바로 불러올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국민연금 주주권이 강화되면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 내부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면서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자본시장법 개정도 난관 커…“국민연금 노출시 부작용”

적극적 주주권을 위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난관이 많다. 현행 자본시장법 147조를 보면, 임원의 선임·해임·직무정지, 정관 변경 등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5% 이상 지분을 보유할 경우 5일 내에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54조에 의해 분기별 약식보고만 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지분 투자가 경영상 목적이 아니라 배당 요구로 인정받고 있어서다.

또 자본시장법 제173조에 따라 10% 이상 지분을 보유할 때도 보고해야 하지만, 국민연금은 시행령상 예외 적용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적극적 주주권 행사시 6개월 안에 주식을 매매해 단기차액이 발생하면 이를 반환해야 하는 현행법에서도 예외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공개되지 않은 중요정보를 이용할 염려가 없다고 국가(증권선물위원회)가 인정한다는 조항에 국민연금이 포함돼있는 까닭이다.

이런 특례는 막대한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지분 매수 혹은 매각이 공시를 통해 노출되면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일반 투자자들이 추격매수를 하는 경우 국민연금 기금운용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커질 것이란 얘기다.

이에따라 관련법안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는 상법상 규정된 적극적 주주권을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행사하도록 한 국민연금법 개정안(김재원 의원안) 등이 계류돼있다. 새누리당이 국민연금 측의 우려에 꼬리를 내리면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역할론을 주문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입김을 오히려 키워줬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與, 즉흥 대책 남발 지적…“정치권 나서면 부작용 우려”

새누리당이 롯데 사태 이후 대책 마련에 우여곡절을 겪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당 정책위원회는 최근 신규가 아닌 기존 순환출자까지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하루 만에 접었다. 이는 롯데 외에 삼성과 현대차 등 다른 대기업집단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일각에서는 여권의 정책 구상이 즉흥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가 관계자는 “롯데 사태가 워낙 갑작스럽긴 했지만 정치인들의 보여주기식 대책이 쏟아지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고 자성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공정거래법과 자본시장법상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밝혀왔다.

경제 관련 상임위에 속한 새누리당 한 의원은 “이번 사태를 두고 대기업집단 문제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법 제도상 규제를 새로 만들면 부작용만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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