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아버지 되고 싶어”…27년 전 불전함 턴 소년, 참회의 편지엔 [따전소]

1997년 IMF 시절 3만원 훔친 소년
다시 훔치러 갔다가 마주한 현문 스님
“그 이후로 남의 것 탐한 적 없어”
200만 원 든 봉투와 편지로 사죄
  • 등록 2024-09-09 오후 10:56:34

    수정 2024-09-09 오후 10:56:34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1997년 외환위기(IMF)로 힘든 시절, 절 시주함에서 3만 원을 훔친 소년이 어른이 돼 27년 후 돈봉투와 함께 참회의 편지를 보낸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게티이미지)
9일 경남 양산시 통도사에 따르면 최근 통도사 자장암 시주함에서 이름이 쓰여있지 않은 한 통의 손 편지와 함께 5만 원짜리로 된 현금 200만 원이 든 봉투를 발견했다.

익명의 남성이 보낸 편지에는 “어린 시절 생각이 없었습니다. 27년 전에 여기 자장암에서 시주함을 들고 산으로 가서 통에서 돈을 빼갔습니다. 약 3만 원 정도로 기억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어 “며칠 뒤 또 돈을 훔치러 갔는데 한 스님이 제 어깨를 잡고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고개를 좌우로 저으셨습니다”며 “그날 아무 일도 없이 집으로 왔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그날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남의 것을 탐한 적이 없습니다. 일도 열심히 하고 잘살고 있습니다”라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날 스님이 주문을 넣어서 착해진 거 같습니다. 그동안 못 와서 죄송합니다. 잠시 빌렸다고 생각해 주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사죄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아이의 탄생을 알린 남성은 “아기에게 당당하고 멋진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그날 스님, 너무 감사했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라고 글을 끝맺었다.

27년 전 소년의 어깨를 따뜻하게 잡아준 스님은 통도사 주지를 역임한 후 지금은 자장암에 기거하는 현문 스님으로 알려졌다.

현문 스님은 “그때 그 소년이 불전함에 손을 댄 것을 보고 어깨를 다독였다. 그 인연이 소년에게 삶의 이정표가 돼 성찰의 기회로 작용한 것 같다”며 “곧 태어날 아이도 축복 속에 태어날 것”이라는 축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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