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당분간 박스권 등락…하반기 80~120달러 예상"

하나증권 전망…국제유가 하방경직성 확보
4Q엔 유럽 에너지 위기에 일시적 상승 가능
내년 고강도 긴축에 경기 둔화, 수요 줄며 유가↓
  • 등록 2022-08-25 오후 10:58:47

    수정 2022-08-25 오후 10:58:47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국제유가가 8월 중순 이후 서서히 오르고 있다. 당분간 국제유가는 하방경직성(경제 여건이 변화해도 가격이 쉽게 하락하지 않는 현상)을 확보한 상태로 박스권 등락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 4분기엔 유럽 에너지 위기 경계감 등에 일시적으로 상승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나증권은 하반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밴드를 배럴당 80~120달러로 예상했다.

하나증권은 25일 이날 WTI가 배럴당 95달러대를 기록하면서 8월 저점보다 약 10% 상승한 점을 짚었다. 미국 원유재고가 2주 연속 줄어들면서 수요가 예상보다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각됐다. 미국 휘발유 리테일 가격이 안정되며 휘발유 재고도 3주 연속 줄어들었다.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이 원유 선물 가격이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사우디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가능성을 언급해 공급량 축소 경계 심리도 반영됐다. OPEC+는 7~8월 중 일일 64만8000배럴 증산에 합의했지만, 9월 증산량은 일일 10만 배럴로 대폭 낮아진 상태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 “9월 초에 열릴 OPEC 정례회의에서 10월 감산 논의가 전개될 수 있다”며 “다만 향후 원유 수요에 대한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에너지정보청(EIA), OPEC의 시선이 갈리고 있고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 여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원유 수요에 대한 눈높이는 점차 낮아질 것으로 봤다. 미국 드라이빙 시즌이 끝나면서(5월 말~9월 초) 계절적인 수요 확대 요인이 소멸될 전망이고, 세계 경기의 둔화 흐름도 원유 수요를 제한할 것이란 설명이다. 중국의 6~7월 원유 수입량은 4년래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원유에 대한 투기적 수요도 꾸준히 약화되고 있다.

전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기조로 인한 달러 강세도 유가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이란의 양보로 핵합의 복원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합의 도달 시 일일 100만 배럴 이상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변수들도 상당하다고 짚었다.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대규모로 방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용 원유 재고가 줄어들었다. 10월 말에 비축유 방출이 종료되면 공급 부족 우려가 다시 생길 수 있다.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로 인해 유럽의 석유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발전용 연료를 가스에서 석유로 대체하면서 미국의 유럽향 석유 수출 물량이 크게 늘었다.

전 연구원은 “OPEC이 고유가를 유지하기 위해 감산 카드를 꺼내놓은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공급측 이슈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주기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가의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당분간 국제유가는 하방경직성을 확보한 상태로 박스권 내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올해 4분기 중에는 전략 축유 방출 종료, 유럽 에너지 위기 경계감 등이 반영되며 유가가 일시적으로 상승을 시도할 여지도 있다고 평가했다.

전 연구원은 “하반기 WTI 밴드는 배럴당 80~120달러 수준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내년부터 고강도 긴축의 여파로 글로벌 경기 둔화 압력이 커져 원유 실수요가 줄어들고 유가가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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