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사전투표 합니다' 현수막 문구 사용금지 이유는

특정 정당·후보 유추할 수 있는 문구 사용 규제
  • 등록 2021-04-05 오후 9:08:44

    수정 2021-04-05 오후 9:08:44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과 시민단체 등의 현수막·피켓 문구에 대한 선거관리위원회의 규제로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5일 선관위의 투표 독려 문구 판단 사례 모음에 따르면 선관위는 이번 재보선과 관련해 ‘사전투표 합니다!’ ‘투표로 ○○시 지켜주세요’ ‘투표가 무능을 이깁니다’ ‘투표의힘! 투표하면 바뀝니다!’ 등의 문구에 대해 사용을 금지했다.

4·7 보궐선거와 관련, 서울 시내에 서울시장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제공
공직선거법은 말이나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이나 현수막 부착 등 투표 독려 행위를 허용하지만, 현수막 등 인쇄물·시설물에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유추할 수 있는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사전투표 합니다!’의 경우 후보의 선거 문구 ‘합니다’와 같은 문구이고, ‘투표로 부산시를 지켜주세요’는 ‘지킨다’는 표현이 정권 수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로 허용되지 않았다.

‘투표가 무능을 이깁니다’ ‘투표가 내로남불을 이깁니다’ ‘투표가 위선을 이깁니다’는 특정 정당을 쉽게 유출할 수 있거나 반대하는 것으로 보이는 표현이라는 이유에서 금지됐다.

‘투표의힘’은 국민의힘의 당명과 유사하다. ‘미래서울로’는 ‘미래당’을 연상하게 한다는 이유로 금지됐고 ‘일’자만 색이 다르게 표현된 ‘일찍일찍 사전투표’라는 문구도 ‘기호 1번’을 연상하게 해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땅투기 정치인 투표로 심판하자’ ‘4월 7일은 투표하는 날, 무책임정치 청산하는 날’이라는 문구도 사용이 제한됐다. 다만 ‘투표해서 이 나라를 살립시다’ ‘투표합시다! 맑은 서울에!’ ‘내 한표가 내 자녀의 희망이다’ 등의 문구는 허용됐다.

중앙선관위는 “현행 공직선거법 제90조, 제93조 등이 선거운동 및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 국민의 법 감정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규제 위주라는 지적에 깊이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선거법에 대한 개정의견을 여러차례에 걸쳐 제출한 바 있고 재보선 이후에도 개정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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