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화물을 긴급 하역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5일 ‘관계부처 합동 대책 태스크포스(TF)’ 회의 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화물이 압류되지 않고 조기에 하역되는 것”이라며 “한진해운 선박을 미국, 독일 함부르크, 싱가포르 등 해외 거점 항만으로 이동시켜 안전하게 하역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TF에 따르면 현재 한진해운이 운항 중인 컨테이너선 총 97척 중 비정상적으로 운항되고 있는 선박은 61척(4일 오후 6시 기준)에 이른다. 입항을 위해 공해 상에 대기 중인 선박이 47척, 입항을 거부당한 선박이 12척(가압류 1척 포함), 배를 빌려준 선주가 회수하기로 한 선박이 2척이다. 나머지 선박 36척도 오는 9일쯤부터 정상 운항이 어려울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는 한진해운 채권자의 선박 압류로 화물이 억류되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압류 위험이 없는 항만에 배를 대 화물을 내리기로 했다. 국내 부산·광양항, 싱가포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 독일 함부르크 등이 거점 항만으로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한진해운발(發) 물류 대란을 수습할 책임이 한진그룹 측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금까지 한진해운이 밀린 용선료(선박 임대료)·항만 이용료·하역비 등 기존 미지급금 약 6000억원을 제외하고, 거점 항만에 화물을 우선 하역하는 데에만 700억~1000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최 차관은 “한진이 보유한 우량 자산을 담보하거나 회사 대주주가 원칙적으로 책임을 질 문제”라며 “정부가 지급 보증을 하거나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