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7개월 차 주부인 이모(33)씨는 요새 집에서만 생활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이씨는 “방역패스 때문에 웬만한 덴 다닐 엄두를 못 낸다”며 “동네 카페 가서 기분 전환도 못하니 더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방역패스 효력이 끝나가는 김모(42)씨도 좌불안석이다. 김모씨는 “노산에 초산이라 귀한 아이인데 부스터샷 맞고 부작용 있을까봐 걱정”이라며 “임신 3개월차인데 벌써 육아휴직을 낼 수도 없고, 직장생활하려면 부스터샷을 맞아야 하니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했다.
방역패스 예외 대상에서 빠진 큰 임신부들 사이에서 우려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태아에 미칠지 모를 부작용에 백신 접종 자체가 꺼려지는데, 방역패스 적용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해외사례 등을 감안, 문제없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임신부의 특성상 안정성이 100% 확보되지 않을 경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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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 “임신부 방역패스 예외 아냐”
그러자 ‘방역패스 예외’를 기대했던 임신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만난 김모(35)씨는 “1차 백신을 맞으려고 했는데 임신부라고 밝히니 의사가 접종해주지 않으려는 눈치였고, 다른 병원에서 잔여 백신을 맞으라고 하더라”며 “의사도 놔주길 꺼리는데 백신 맞을 임신부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영업직을 하고 있는 임신부 박모(42)씨도 “방역패스 문제만 없다면 백신 접종을 하고 싶지 않다”며 “출근하면 점심을 사 먹어야 하니 사실 선택권 자체가 없는 처지다. 임신부는 방역패스 예외자로 빼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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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는 물론 태아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임신부의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 우려는 쉽게 불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임신부 접종률은 1% 안팎으로 상당히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9일 기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임신부는 2087명, 2차 접종까지 마친 임신부는 1175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임신부 13만9000여명(지난해 9월 기준)을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1차 접종을 한 임신부는 전체의 1.5%, 2차 접종을 한 임신부는 0.84%에 불과한 셈이다.
방역당국은 그러나 임신부를 백신 접종 권고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임신부와 태아 모두의 안전을 위해선 백신 접종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실제 유럽의약품청(EMA)은 화이자, 모더나 등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이 임신부와 태아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임신부의 백신 접종 및 방역패스 적용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 “임신 12주 차까지는 안전성이 100% 확보되지 않은 모든 약은 안쓰는 것이 원칙”이라며 “임신부들의 접종률이 굉장히 낮은 현실을 정부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백신 접종자가 90%가 넘는데 소수를 방역패스를 통해 차별해서는 안 된다”며 “백신 접종은 임신부들의 자유에 맡기고, 방역패스 적용에서 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