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환 장관은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이 ‘누진제를 화끈하게 폐지해 다른 방식을 도입할 생각이 있는지’ 묻자 “누진제는 전기절약, 취약계층을 위해 필요하다”며 누진제 폐지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 장관은 “다른 방식을 도입하려면 AMI(전자식 스마트계량기)가 설치돼 계시(계절·시간)별 요금제를 도입할 수 있는 인프라가 더 갖춰져야 한다”며 “(인프라 설치 전인 현재는 누진제 완화 방안을 통해) 국민 시각, 시대 변환에 맞춰 지속 가능한 체계로 개편하겠다”고 덧붙였다.
주 장관은 개편안 공개 시점에 대해서는 “연내에 안을 확정하겠다”며 “내년 초부터는 개편된 전력 누진제를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 장관이 누진제 시행 시점을 ‘내년 초’로 구체적으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환익 한국전력(015760) 사장은 지난 국감에서 “전기를 많이 쓰는 겨울철이 오기 전인 11월 말까지는 (개편안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 장관은 “연내 확정”이라고 밝혀 양측이 다른 의견을 보였다.
이에 주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며 “가정용 누진제를 비롯해 (판매시장 개방 방안도) 보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미국은 주별로 전력판매 회사에 따라 요금제가 수십 개에 달할 정도로 다양하다. 현재 국내 통신3사 요금제처럼 소비자들이 원하는 요금을 선택하는 시스템이다. 전력판매 시장을 개방하면 한전이 독점하는 전력 판매시장에 민간기업도 들어올 수 있어 요금제가 개편될 전망이다.
앞서 산업부 등 관계부처도 지난 6월 14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워크숍에서 전력·가스시장의 민간 개방 등을 담은 ‘에너지 분야 기능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산업부는 판매 경쟁이 촉진돼 소비자 선택권이 보장되고 전기료 인하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판매시장을 개방하는 방안이 전기요금 개편안에 포함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야당은 전력시장 개방에 대해 “전력·가스 민영화 수순”이라며 전기료 인상 우려까지 제기했다. 한전이 의뢰한 연구용역에서도 시장 개방 이후 전기요금이 도입 전보다 97%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해당 연구용역에서는 시장 경쟁 도입 시 △우량고객 중심 사업으로 인해 소규모 소비자의 서비스질 불만(체리피킹 우려) △소매시장 과점화 △복잡한 요금제 도입으로 인한 소비자 피로감 등도 우려되는 점으로 제시됐다.
야당 측은 누진제 개편안부터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월에 발표하면 1월에 적용을 못하게 되고 도입이 늦어진다”며 “동절기 대란이 터진 뒤 늑장 대처를 하면 장관이 책임지겠나. 11월 말까지 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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