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회생 시도 전에 청산 내몰린 한진해운 ‘물류 대란 부추겼다’

  • 등록 2016-09-05 오후 5:05:46

    수정 2016-09-05 오후 6:37:02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정부가 이미 청산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방향을 잡아놓았는데 화주입장에서 배를 억류하지 않고는 방법이 있겠습니까.”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이 한진해운 법정관리 결정으로 인한 물류대란이 확대되는 상황에 대해 토로했다. 해운협정(얼라이언스)으로 운영되는 해운업 특성상 법정관리만 가더라도 문제가 생기는데, 회생도 아닌 청산에 무게가 실리면서 물류대란이 걷잡을 수없이 불붙었다는 지적이다.

한진해운이 이미 우량 자산이 별로 없는 터라 회생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에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법정관리가 곧 회사의 청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STX팬오션은 법정관리체제에서 인수·합병(M&A)에 들어갔고, 쌍용건설도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재기에 나서는 등 회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31일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선박, 해외영업망, 영업 인력 등을 인수하는 대책안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더 꼬였다. 법원의 회생절차는 기업을 살리는 게 기본 방향이지만 정부가 청산을 전제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의 정상 영업은 사실상 물 건너간 꼴이 됐다. 법원에서는 다음날 바로 ‘전혀 합의되지 않은 안’이라고 이례적으로 반박 자료를 낼 정도다.

청산에 무게를 두면서 후속 조치는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 선적한 물동량을 하역할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 과정은 채권단과 한진해운의 ‘줄다리기 싸움’에서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결국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 61척, 벌크선 18척 등 79척이 유령선처럼 세계 공해상에서 떠도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뒤늦게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긴 했다. 정부가 5일 해운업 관련 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 1차회의 결과, 미국·동남아시아·인도·서남아시아, 싱가포르 등 거점 항만을 중심으로 긴급 하역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 입항 거부나 대기로 발이 묶인 선박 61척을 거점 항만에 입항 시켜 막힌 화물 운송을 우선적으로 뚫겠다는 것이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현재 화주의 선호도를 파악 중이라 달라질 수 있지만 싱가포르의 경우 20척, 미국은 10척, 함부르크의 경우 5척의 선박이 이동할 수 있다”며 “현지 코트라 등을 중심으로 항만별 전담팀을 구성해 화주 선호도를 파악해 하역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 측의 희망사항으로 해당 항만에서 결정한 사항이 아니기에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나서서 협조를 구하더라도 민간기업과 민간 화주간의 문제인 만큼 한계는 분명히 있다.

돌다 돌아 대책이 나왔지만 결국 핵심은 ‘돈’으로 귀결된다. 아무리 주요 공관을 통해 외교력을 펼치더라도 어느 정도의 하역비를 보장하지 않으면 상대국 항만에서 들어줄 리 만무하다. 당장 떠돌고 있는 물량을 처리하는 하역비와 유류비 등이 약 700억원에서 1000억원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해수부는 추산하고 있다.

돈을 낼 책임은 우선적으로 한진해운에 있다. 세탁소가 파산으로 문을 닫는다고 하더라도 관련 세탁물은 세탁소가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한진해운 역시 회사 회생이 아니라 이미 청산쪽에 무게를 두고 ‘배째라’ 행태만 보이고 있을 뿐이다. 법정관리에 들어서면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신규 자금 지원 기능이 없는터라 1~2개월 이상은 회사가 굴러갈 수 있는 운영자금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한진해운은 이미 우량자산은 매각하고 유동성은 거의 바닥나면서 물류대란만 부추기고 있는 꼴이다.

그나마 가능성은 남은 해외터미널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한진해운이 채권단으로부터 대출을 받거나 지원을 받는 방법이다. 아직까지 한진해운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보인다. 현재 물류대란은 한 기업에 대한 피해가 아니라 국가를 넘어 세계 물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히 회사 청산만 생각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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