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가격제 논란에 배달앱·프랜차이즈 '남 탓'만[현장에서]

프랜차이즈 이중가격제에 "배달앱 무료배달 탓"
배달 플랫폼 "타사가 업주·소비자에 전가" 주장
  • 등록 2024-09-26 오후 6:05:33

    수정 2024-09-26 오후 6:05:33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맥도날드 빅맥세트를 매장에서 먹으면 7200원, 배달 플랫폼으로 주문하면 8500원이다.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 메뉴 가격보다 더 비싸게 받는 ‘이중가격제’ 때문이다.

맥도날드만이 아니다. KFC는 2년 만에 이중가격제를 재도입했고 파파이스와 롯데리아, 버거킹 등도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 메뉴 가격보다 높게 책정했다. 맘스터치도 직영점에 이중가격제를 적용해 다음 달까지 시험운영할 계획이다.

이중가격제가 논란이 되자 이들 프랜차이즈는 배달 플랫폼이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중개 수수료를 업주에 전가했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항변한다. 앞서 쿠팡이츠는 지난 3월부터 유료 멤버십인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고, 배달의민족(배민)도 이달부터 유료 멤버십으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선뵀다.

지난 24일 서울 시내의 한 롯데리아 매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배달 앱 1·2위 배민과 쿠팡이츠 모두 “무료 배달”을 내세워 고객 잡기에 나섰지만 실상 배달 비용 부담은 업주에게, 또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으로 전가되는 셈이다. 업주는 마냥 음식 가격을 올릴 순 없어 수익성이 악화하고, 소비자로선 멤버십 가입비에 배달 가격 상승까지 더해졌다.

그럼에도 배민과 쿠팡이츠는 서로 탓을 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고객 배달비 전액을 쿠팡이츠가 부담하는 반면 타사는 요금제 변경, 포장 수수료 유료화, 중개 수수료 인상 등으로 무료배달에 따른 비용을 업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달의민족(배민)은 “자체 상품인 ‘배민배달’은 고객 배달팁을 당사가 부담한다”며 “경쟁사에 없는 ‘가게 배달’은 고객 배달팁을 업주가 설정한다”고 반박했다.

실상을 뜯어보면 배민과 쿠팡이츠가 각각 자체 운영하는 배달은 업주 부담 배달비가 2900원, 중개 이용료 9.8%로 같다. 무료배달 비용을 플랫폼이 부담한다지만 플랫폼을 이용하는 업주로선 중개 수수료와 이용료 모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중가격제는 결국 배달 플랫폼의 과도한 중개 수수료가 낳은 촌극인 셈이다. 말로만 무료 배달일 뿐, 소비자와 업주 모두 부담만 커졌다. 지난 7월 정부 주도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구성됐지만 민감한 주제를 후순위로 미루며 뚜렷한 해법을 찾진 못하고 있다. 이젠 상생협의체에서 답을 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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