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 "알파고가 이기면 비극"

  • 등록 2016-03-07 오후 6:05:14

    수정 2016-03-08 오전 8:38:2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인간이 단 한 판이라도 진다면 영원히 진다는 얘기다. 비극이다.”

9일 세계 최강 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간 세기의 바둑 대결이 열리는 가운데 박치문(사진) 한국기원 부총재는 “이세돌 9단의 패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 (사진=김유성 기자)
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박 부총재는 “단 한 판이라도 진다면 영원히 진다는 얘기”라며 “한 번 (인간에게) 정복 당한 에베레스트를 매해 수십 명의 사람들이 등반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박 부총재는 “바둑에 있어선 그런 사태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만약 인간 고수가 원사이드로(일방적으로) 진다면 터미네이터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이 5대0 승리로 종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둑이 갖는 고유의 창조성 때문이다.

박 부총재는 “바둑 기사들은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 중 어떤 것을 고르느냐를 놓고 고심한다”며 “이것은 정확한 계산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바둑을 두는 기사들은 현재 방어나 공격을 위해 바둑돌을 바둑판에 놓지만 몇 수 뒤의 판세를 주도하기 위해서도 돌을 놓는다는 뜻이다. 이같은 판단은 전략적인 근거가 아니라 ‘감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 박 총재는 “기계는 감각이 없다”며 “모든 수마다 근거를 댈 수 있다면 그 존재는 진정 바둑의 신”이라고 강조했다.

박 총재 단순히 수십만 대국을 뒀다고 해서 바둑 기량이 오르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그는 “바둑의 재능을 기재라고 부른다”며 “이 재능을 가진 사람은 보통 11살에 프로가 되고 20살 이전에 세계 타이틀을 딴다”고 말했다. 기재가 없는 사람이 1000년을 대국한다고 해도 실력 향상은 없다는 얘기다.

이세돌 9단이 완승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도 간단했다. 최근 10년간 세계 최강의 기재를 보유한 기사가 이 9단인데다, 심리적으로도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박 총재는 “중국의 판후이가 무너진 것은 초반 당황한 나머지 스스로 기세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며 “알파고가 그때보다 지금이 더 강하다고 하나 이 9단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세돌 9단은 오는 9일 오후 1시 구글의 인공지능 자회사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세기의 바둑 대결을 갖는다. 15일까지 총 5차례 대국을 하며 상금은 100만달러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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