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투표지 만들어주세요"…70인 발달장애인의 그림 탄원서

장애인단체, 내달 2심 앞두고 그림 탄원서 제출
작년 1월 차별구제 청구소송 1심 각하
"글 못읽는 발달장애인, 그림 용지로 참정권 보장해야"
  • 등록 2024-10-29 오후 2:35:46

    수정 2024-10-29 오후 2:35:46

[이데일리 박동현 기자]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그린 그림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며 투표지에 후보자의 얼굴과 소속 정당 등의 정보를 담은 그림 투표용지 마련을 촉구했다.

2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 발달장애인들이 그림 투표용지 마련을 위해 직접 그린 그림 탄원서가 전시돼 있다. (사진=박동현 기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를 비롯한 5곳의 발달장애인 단체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림 투표용지를 통한 발달장애인들의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며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그린 그림 탄원서를 제출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발달장애인들은 투표지에 후보자를 인식할 그림 정보가 없어 여전히 투표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발달장애인 유권자 박경인 씨는 “아무리 알기 쉬운 공보물이 온다고 해도 막상 투표소에 들어가 투표할 땐 글로만 돼 있어 내가 원하는 후보를 찍을 수 없다”며 “지체장애인에겐 탁자 높이를 조절해주고 시각장애인에게는 점자나 돋보기를 제공하듯이 발달장애인에게도 그림 투표지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들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50일 앞둔 지난 2022년 1월 국가를 상대로 ‘그림 투표용지를 마련해 달라’는 내용의 차별구제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중앙지법은 지난해 8월 1심 판결에서 “그림 투표용지는 선거운동, 공보물, 투표용지의 방식·형태를 규정한 현행 공직선거법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해당 소송을 각하했다. 이에 단체는 1심 판결에 즉시 항소했으며 2심 선고는 11월 6일로 예정돼 있다.

2심 선고를 일주일 앞둔 이날 단체는 70명의 발달장애인이 직접 그린 그림 탄원서를 비롯해 984명이 서명한 온라인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며 그림 투표용지를 허용하는 판결을 요구했다. 이승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는 “현행 공직선거법상 그림 투표 관련 내용이 없어서 그림 투표용지가 안 되는 거라면 당연히 법을 바꿔야 한다”며 “장애인의 투표권 또한 비장애인의 권리와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단체는 투표용지에 그림 정보를 제공하는 해외의 사례를 들며 그림 투표용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체는 “스코틀랜드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에서 모든 투표자에게 입후보자의 성명과 소속 정당 로고가 포함된 투표용지를 제공한다”며 “정당마다 고유의 색깔과 모양의 로고를 사용하고 있어 투표자가 글자를 읽지 못해도 자신이 투표하고자 하는 정당 및 후보자를 찾아 투표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단체는 그림 투표용지에 관한 중앙지법의 2심 판결이 예정된 11월 6일에도 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할 계획이다.

차별구제 청구소송에는 △광진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피플퍼스트성북센터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피플퍼스트 등 총 5곳의 발달장애인 단체가 참여했다.

2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진행된 ‘발달장애인 그림투표용지 보장 차별구제소송 그림 탄원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한 발달장애인 유권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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