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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4월 한달 동안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25조4000억원 증가했다고 12일 밝혔다. 2월 증가액(9조7000억원), 3월 증가액(9조5000억원)과 견주면 거의 세배 가량 늘었다. 금융당국이 작년 말부터 월별 단위로 깐깐하게 대출의 총량을 관리하겠다며 규제 강도를 한껏 높인 상황에서 나온 결과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20조2000억원 늘어난 게 컸다. 금융당국은 배터리 소재 전문 기업 SKIET 공모주 청약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오는 6월 말부터 여러 계좌를 동원하는 중복 청약이 금지될 것으로 보이자 ‘중복 청약’ 막차를 타려는 투자자들이 몰리며 SKIET 청약 최종 경쟁률은 239.06 대 1을 기록했다. 증거금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80조5366억원이 유입됐다. 이 돈은 개인 투자자들이 대출로 조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SKIET의 기업공개(IPO) 기간인 지난달 28일과 29일 이틀간 금융권 기타대출이 약 15조원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에서 같은 기간 기타대출이 9조600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8조3000억원은 미리 개설한 한도대출(마이너스 통장)에서 자금을 뺐다. 다만 이렇게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돈은 대부분 다시 은행으로 들어왔다. 청약자금 환불일인 5월3일 기타대출 잔액은 7조8000억원 줄었다.
삼성 일가가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산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상속세를 내기 위해 은행에서 주식담보대출 성격의 신용대출을 약 6671억원 가량 받은 것도 대출증가에 영향을 줬다.
주담대는 진정‥금융당국 “일단 지켜보겠다”
지난달 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5조2000억원이 증가했다. 3월 증가폭(6조5000억원) 보다 줄어든 것이다. 수도권의 아파트 입주물량이 3월 8000호에서 4월 3000호로 줄자 집단대출 중심으로 주담대 수요가 감소했다. 전세대출이 늘어난 주담대 가운데 절반인 2조7000억원을 차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월별 단위로 증가 폭을 관리하고 있지만, 미리 개설한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빼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일시적으로 대출 금액이 급증하더라도 다시 예년수준으로 낮아진다면 특별히 할 게 없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를 예고한 상태이기도 하다. 오는 7월 1일부터 서울을 비롯한 규제 지역에서 6억원이 넘는 집에 대해 주담대를 받거나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을 때는 DSR 40%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출문턱이 확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규제를 앞두고 대출을 미리 받아두려는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차질 없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