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으로 초등학생을 치어 사망하게 한 40대 남성이 검찰 구형한 20년보다 현저히 낮은 징역형 7년을 선고받았다. 남성은 사고 당시 초등생을 역과하고 주차장까지 주행했는데 뺑소니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다.
| 서울 중구 충무초등학교 앞에서 경찰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법규 위반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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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이날 오전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40)씨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2일 오후 청담동 한 초등학교 후문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초등학교 3학년 B군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취소(0.08% 이상) 수준이었다. 그는 B군을 충격한 뒤 구호 조치 없이 자신의 거주지 주차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B군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다.
사건의 쟁점은 도주치사 혐의 적용이었다. 검찰은 A씨가 B군을 역과했음을 인지했음에도 즉시 정차해 구호 조처를 하지 않고 자신의 주거지 내 주차장으로 도주했고, 이로 인해 B군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블랙박스 영상 등에서 A씨가 사고 직후 놀라거나 비속어를 뱉는 등 반응을 종합하면 최소한 뒷바퀴로 피해자를 역과할 땐 사고 사실을 인지했다고 봤다.
하지만 A씨가 사고 사실을 알았더라도 경황이 없는 나머지 미처 차량을 세우지 못한 채 주차장 입구까지 운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 (사진=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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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구체적으로 ▲A씨가 48초 만에 사고 현장으로 되돌아온 점 ▲차량 주차 후 도주를 의심할 행동을 취하지 않은 점 ▲스스로를 가해자라 밝히고 체포 전까지 현장을 떠나려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도주 의사를 확신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A씨가 도주할 마음을 먹었다면 사고 현장 근처인 거주지가 아닌 다른 장소로 이동을 시도했을 것이라는 가정도 내놨다.
이어 “또 사고 차량이 주차장 입구에 도달하기까지 약 9초가량 짧은 시간이 소요됐고 이동 거리 역시 20~30m라는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도주할 의사로 차량을 운행해 주차장으로 이동한 것은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선고 직후 유족 측은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