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위해서라면”…딱딱한 총선판 웃기는 ‘B급 감성’

연극배우 출신 오신환, CF 패러디 영상서 망가짐 자처
“유권자 재미·관심…상대적으로 젊다는 점도 강조”
미래한국당 지도부, 핑크색 가발쓰고 머리띠까지
與 이해찬, 총선공약 영상서 랩하며 ‘친근감’ 유도
  • 등록 2020-04-10 오후 4:27:54

    수정 2020-04-10 오후 4:27:54

오신환 미래통합당 후보의 CF 패러디 영상(사진 = 유튜브 오신환TV 캡쳐)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코로나19에 연이은 막말로 잔뜩 찌푸린 총선정국에 이른바 ‘B급 감성’을 담은 홍보전략이 눈에 띈다. 후보자나 당 대표 등이 과감하게 망가지는 이 같은 홍보물은 짧은 시간 내 유권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오신환 미래통합당 후보는 개그맨 신동엽씨가 출연한 ‘아프니벤큐’, ‘아이폰X’ 광고를 익살스럽게 패러디한 B급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오신환TV)에 연이어 올려 주목을 받았다.

영상에서 오 후보는 아낌없이 망가진다. 연극배우 출신인 오 후보는 광고모델인 개그맨 신동엽보다 더 과장해서 웃거나 찡그린 표정을 소화하며 재미를 선사했다. 해당 영상의 제목도 ‘저 세상 텐션, 관리자도 말잇못’이라고 달았다. 아이폰을 패러디한 1분짜리 영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오 후보 측은 영상 제목에 스스로 ‘B급 주의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오 후보 측은 “후보가 직접 망가지면 유권자들께 재미도 주고 눈길도 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제작한 것”이라며 “연배가 있는 후보들은 따라서 하기 어려울 것 같아 오 후보가 상대적으로 젊다는 점을 부각하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선 의원인 오 후보는 1971년생으로 올해 49세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운데)가 핑크색 가발과 머리띠를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 미래한국당 제공)
미래한국당은 당 대표인 5선 원유철 의원 역시 당 홍보를 위해 아낌없이 망가졌다. 원 대표는 지난 6일 촬영한 ‘핑크 챌린지’에서 핑크색 가발에 쓰고, 핑크색 머리띠까지 착용하며 철저히 망가지는 ‘B급 감성’을 선보였다. 사무총장인 재선 염동열 의원 역시 핑크색 가발에 쓰고 핑크 하트를 볼에 그린 채 핑크색 요술봉을 잡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조수진 미래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코로나정국이 길어지고 웃을 일이 없다는 분이 많다”며 “그래서 국민들께 웃음을 주기 위해 망가지는 것도 무릅써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며 다소 파격적인 장면을 연출한 배경을 설명했다. 핑크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미래한국당의 당색(色)이 ‘해피핑크’이기 때문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출연한 총선 공약 홍보 동영상(사진 = 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 캡쳐)
코로나 정국이 엄중해지면서 다소 자제하고 있으나 총선홍보에 ‘B급 감성’을 먼저 쓴 것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를 지난 1월 총선공약인 ‘무료 와이파이’ 홍보 영상에 출연시켜 어설픈 랩을 시키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이 대표의 머리가 열리는 모습을 그려내 재미를 안겼다. 평소 딱딱한 이미지로 유명한 이 대표의 망가지는 모습에 지지자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후문이다.

다만 B급 감성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보수 지지층에서는 미래한국당이 ‘핑크 챌린지’를 하면서 핑크색 가발까지 사용한 것을 두고 퀴어(동성애)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일었다. 동성애는 보수 기독교계가 절대 금기하는 것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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