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미국 법무부가 12년 동안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으로 재직한 로버트 뮬러 3세를 작년 대통령선거에서 러시아 개입 의혹을 조사할 특벌검사로 선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간 커넥션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일각에선 특검 수사로 양자간 커넥션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트럼프 탄핵을 추진할 수 있는 중대한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다만 특검 수사가 트럼프 대선캠프 출신인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수장인 법무부 감독을 받기 때문에 실질적인 수사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러시아 스캔들’ 결국 특검行…여론압박에 트럼프도 굴복 미국 법무부가 뮬러를 러시아 커넥션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임명했다고 17일(현지시간)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차관이 발표했다. 원래 특검 임명은 법무장관이 하는데 트럼프 측근인 세션스 장관도 지난 대선중 주미 러시아 대사를 만난 사실을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커넥션 의혹에 휩싸이면서 이번 수사에서 손을 떼겠다고 공언했고 그 때문에 로젠스타인 차관이 수사를 관장하고 있다. 그는 성명에서 “특검을 임명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 임명은 러시아 대선 개입과 관련해 발각된 범죄여부가 있기 때문은 아니다”라며 “이번 수사가 꼭 기소로 이어진다고도 단언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뮬러는 “특별 검사직을 수락한다”며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수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트럼프는 특검 발표 직후 “철저한 수사를 통해 나의 대선 캠페인에서 외국과의 공모는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이 사안이 빨리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미국의 미래에 중요한 이슈들과 국민들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법무부도 특검은 필요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지만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독립적 기관이 트럼프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을 조사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여론을 반영해 어쩔 수 없이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뮬러 특검 임명에 의회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뮬러는 지난 2001년 9.11테러 발생 1주일 전 FBI 국장에 올라 미국이 최대 안보 위기를 맞아 혼란스러운 시절 FBI를 원만히 이끌었고 특히 원칙을 중요시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강조하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러시아 커넥션·트럼프 수사중단 압박 사실로 밝혀지나…트럼프 운명은
트럼프는 러시아 외무장관, 주미 러시아 대사와 면담하면서 미국 동맹국들과도 공유하지 않았던 급진주의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 관련 기밀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만약 특검 수사로 러시아 대선 개입과 트럼프-러시아 커넥션 의혹, 트럼프의 러시아 내통설 의혹 수사중단 요구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중대한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스틴 아매쉬(미시건주) 공화당 하원의원은 코미 메모가 사실일 경우 탄핵 사유가 될수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실이라면 그렇다”고 답했다. 테드 도이치(플로리다) 민주당 의원은 “FBI에 수사를 중단하라는 요구는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라며 “사법방해는 탄핵 사유가 되는 불법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이 수사와 관련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세션스 장관이 러시아 수사에서 손을 뗀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트럼프에 의해 임명된 그가 수장으로 있는 법무부가 뮬러 특검의 수사 전반에 대해 감독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특검 관련 규정에 따르면 뮬러가 매일 매일 수사 과정에 대해 법무부에 보고할 필요는 없지만 세션스 장관을 대신해 특검 임명권이 있고 이번 러시아 수사를 관장하는 로젠스타인 차관이 뮬러의 수사과정과 방향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면 수사를 중지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전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뮬러 특검은 트럼프가 임명한 사람이 수장으로 있는 법무부 관할에 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여전히 뮬러 특검 수사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그가 트럼프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특검이 아닌 다른 독립적 수사가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이 러시아 커넥션 의혹을 부인하고 있고 특검이 수사에서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 지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탄핵 논의가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