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문재인 정부 국정 후반기 남북관계를 이끌 사령탑으로 지목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6일 남북 간 독자적인 교류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4선 의원인 만큼 야당과도 많은 대화를 하겠다는 다짐을 내비쳤다.
이인영 후보자는 이날 오전 9시30분쯤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청문준비 사무실 첫 출근 길에 기자들과 만나 “워킹그룹을 통해 할 수 있는 일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는 게 평소 내 생각”이라며 이같은 소신을 밝혔다.
|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청문회 준비 차 출근하기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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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워킹그룹은 2018년 9월 남북 평양선언과 군사합의 체결 직후 미국 요청에 따라 구성된 한미 간 대북 논의 창구다. 일각에선 이에 얽매여 독자적 남북협력을 추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그는 “그동안 워킹그룹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돌아보고 필요한 조처를 취하겠다”며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므로 창의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워킹그룹의 틀에 갇히기 보다, 북한 개별관광 등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사안은 자율성을 갖고 독자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는 정치인의 강점인 상상력과 소통 능력을 통해 막힌 남북관계를 뚫겠다도 강조했다. 그동안 여권에서는 관료, 학자 출신인 통일장관의 한계를 지적해 왔다. 그는 “정치가 가진 장점 중 하나가 상상력”이라며 “정치인은 늘 싸워도 소통할 수 있는 힘이 있고 기회가 많다.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남북 관계에서 막힌 것을 뚫고 싶다”고 했다. 북한이 최근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며 도발 가능성을 내비친 부분에는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긴장을 일으킬 수 있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남북, 북미 간 대화가 끊기지 않고 지속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내정 직후 밝혔던 ‘평화의 노둣돌’의 첫 출발로 냉랭해진 남북관계의 대화 복원을 들었다. 그러면서 “지체없는 인도적 교류협력과 남북 간 합의 실천이 자신이 놓고 싶은 노둣돌”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 추진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울러 야당과는 많은 대화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소통은 설득이 되지 않더라도 반드시 전제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며 “특히 남북관계와 관련된 문제만큼은 이해와 공감이 없더라도 반드시 먼저 (야당과) 소통하고 어떤 장관보다 더 많은 대화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지난 3일 통일장관에 내정된 이 후보자는 앞으로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해 통일부 실무부서로부터 수시로 현안을 보고받으며 인사청문회를 준비한다.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임 후보자는 임기 시작 전부터 어깨가 무겁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달 초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정부의 대처에 반발하며 남북 간 통신선 차단과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초강수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