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대통령제]임채정 전 의장 "국회가 왕따를 당하고 있다"

  • 등록 2015-08-10 오후 7:00:50

    수정 2015-08-10 오후 9:59:13

임채정 전 국회의장.(사진=김정욱 기자)
[대담=이데일리 선상원 차장, 정리=강신우 기자] “국회가 왕따를 당하고 있다. 지금의 대통령 권력이나 기득권 세력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 활성화를 방해하고 있다. 지금같은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는 혁파해야 한다.”

17대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임채정(75세) 전 국회의장은 우리나라 정치발전이 더딘 이유에 대해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 전 의장은 “대통령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엄격한 삼권분립 원칙이 무너지면서 행정부의 권한 남용이 갈수록 심해져 입법부인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 과거 70년간 정치제도는 우리 사회 발전에 어떤 역할을 했나.

△우리는 해방 이후 정치체제로서 현대적인 민주주의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 국회나 정치의식뿐 아니라 문화나 전통 역시 민주주의 훈련을 받아 본 적 없는 상황에서 외래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러고는 해방 이후 이념 갈등이나 한국전쟁을 겪으며 분단되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해볼 기회가 없었다. 더군다나 민주주의제도를 통치 권력의 한 수단으로서만 거의 악용하다시피 해 왔기 때문에 민주주의라는 것이 한국에서 뿌리내리지 못했다.

-우리나라에도 1960년 제2공화국 당시 의원 내각제를 채택했다. 이를 평가할 수 있을까.

△평가라고 하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다. 이를테면 민주당은 윤보선 대통령 중심의 구파와 장면 총리 중심의 신파로 갈라지고 분열한 것밖에는 기록에 남을 만한 일도 없다.

-유승민 사퇴 파동을 겪으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지금의 대통령 중심제 어떻게 보나.

△대통령 중심제라고 하는 건 행정부 권력 구성을 대통령 중심으로 가자는 거 아니겠나. 여기엔 가장 큰 전제가 하나 있다. 대통령 중심제는 삼권 분립을 부동의 원칙으로 하고 그 위에서 성립해야 한다. 미국은 의회의 강력한 권력 분립을 전제로 대통령제가 있다. 이를테면 예산 편성권은 원칙적으로 의회에 속한다. 처음 예산을 편성할 때에 행정부에서 하긴 하지만, 모든 예산을 편성하고 점검하고 분석하고 결정하는 과정은 의회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정부는 정부가 1년 쓸 돈을 정부 마음대로 편성하고 집행한다. 권력 분립이 제대로 됐다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는 버려야 할 권력구조다.

-이 같은 대통령중심제의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개헌이 아닌 연정이나 책임총리제를 하겠다는 ‘공약’으로 내거는 건 어떤가. 대안으로 볼 수 있나.

△대안으로 볼 수 없다. 그저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하다. 인적 결단으로 하는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거다. 제도가 불안정 해 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거의 어떤 인간적인 선의에 의해서 제도를 운영한다고 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다.

- 개헌 밖에 없다는 이야기인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불행한 예감이긴 한데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대통령 중심제에서 막강한 대통령의 권한, 당·청 관계, 현재 여당의 속성, 또 어떤 현재의 권력 성격으로 봤을 때 개헌논의는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 언제 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개헌 논의 또는 개헌 작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반드시 해야 한다.

-개헌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워 국민 판단을 받는 건 어떤가.

△원칙적으로 국민 앞에 제시하고 개헌논의를 시작하는 건 맞다고 본다. 개헌 문제를 제시해서 국민 뜻을 모아가는 과정이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에 바라는 점은.

△ 우리 사회에서 가장 후진적인 분야가 정치다. 지금의 행정권력이나 사회 각계 층에서 그 원인을 국회 때문인 것처럼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때문이 아니라 지금의 대통령 권력이나 기득권 세력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가 활성화되는 것을 반대하고 방해하고 있다. 국민 불만의 해소 도구로서 (행정부가) 국회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왕따를 당하고 있다. 이는 국회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국회를 왜곡, 변형시켜서는 우리나라를 둘러싼 운명을 개척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

▶ 관련기사 ◀
☞ [기로에 선 대통령제]연정이 대안될까…전문가 75% "부정적"
☞ [기로에 선 대통령제]미국·프랑스식 대통령제가 대안 될까
☞ [기로에 선 대통령제]"다당제, 대통령 견제 도움" vs "오히려 분열"
☞ [기로에 선 대통령제]"실패한 대통령제 이대로는 안된다"
☞ [기로에 선 대통령제]숨 가쁘게 달려온 70년, 새로운 정치체제 필요하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초췌한 얼굴 尹, 구치소행
  • 尹대통령 체포
  • 3중막 뚫었다
  • 김혜수, 방부제 美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