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만 해도 전기요금이 이렇지 않았다. 4월에 청구된 전기요금은 2만8590원이었다. 8월분 전기요금은 이보다 12배나 급증했다. 이씨 가정은 자영업을 하면서 자녀 둘을 키우는 평범한 4인 가구다. 이씨는 에어컨, 냉장고, 김치냉장고 등 가전제품 모두 에너지효율등급 1등급 제품을 장만했다. 제습 기능도 적극 활용했다. 전기요금을 아끼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요금 폭탄’을 맞았다. 그는 “너무 더워서 평소보다 에어컨을 더 썼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씨 가구는 현행 누진제로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씨 가구는 4월에 226kWh(누진 3단계)를 썼다가 8월에는 760kWh(6단계)를 썼다. 전기 소비량으로는 3.4배 정도를 더 썼다. 하지만 요금은 가파르게 올랐다. 주택용 저압 요금이 적용되는 아파트여서 4월보다 요금이 12.1배나 치솟았다. 한국전력(015760) 추산 누진율(최소·최저 요금차)은 11.7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정이 체감하는 전기요금 차이는 이보다 더 컸다.
소비 3배 늘었는데 누진제 요금은 12배 급증
|
검침일은 △1차 매월 1~5일 사이(25일 납기·440만 가구) △2차 8~12일 사이(말일 납기·510만 가구) △3차 15~17일(다음 달 5일 납기·450만 가구) △4차 18일~19일(다음 달 10일 납기·250만 가구) △5차 22일~24일(다음 달 15일 납기·230만 가구) △6차 25일~26일(다음 달 20일 납기·260만 가구) △7차 말일(다음 달 18일 납기·41만 가구)이다.
1일 검침의 경우 7월1일부터 9월30일에 할인을 받는다. 하지만 나머지 검침의 경우에는 6월이나 10월이 할인기간에 포함된다. 특히 2차 검침에 해당하는 510만 가구는 폭염이 지난 10월(7월8일~10월8일·검침 시작일 8일 기준)에 할인을 받게 된다.
9월 중순 이후로 갈수록 기온이 떨어지고 전력 사용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누진제 한시적 완화로 인한 할인액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전은 검침 인력 부족 등으로 일괄검침이 불가능하고 이미 7월분 검침은 끝나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이르면 19일 할인액을 계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통한다. 할인액은 가구당 월평균 6000원 수준으로 월 3만원대(600kWh 3만2440원)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510만 가구 10월 할인..한전에 항의 폭주
하지만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누진제 개편 방향이나 의제조차도 명확하게 언급하고 있지 않다. 주형환 장관은 17일 현재까지 누진제 관련한 사과나 공식 입장 표명도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땜질 개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40여년 된 누진제를 고치지 않고서는 여름철이 지나도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소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산업부, 한전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는 오는 18일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공동위원장을 맡은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검침일 논란을 포함해 누진제 관련 논의를 충분히 하겠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 [현장에서]누진제 뭇매 맞는 산업부 장관에게
☞ [누진제 개편 이렇게]④한전과 소송 다음달 결판..42년 누진제 개편 탄력받나
☞ [누진제 개편 이렇게]③불붙은 개편 논란…산업용으로 옮겨가나
☞ [누진제 개편 이렇게]②누진제 3단계로 완화시 전기료 年 53만원↓
☞ [누진제 개편 이렇게]①'1000만 요금폭탄' 누진율부터 수술해야(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