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 투입 한국형전투기에 미국산 엔진 탑재…왜?

자체 개발시 세대교체 지연돼 전력 공백 불가피
직구매→조립국산화→부품국산화 단계로 국산화 추진
기술이전 등 통한 엔진 기술 국산화율 60%대로 제안
GE엔진 경쟁사 유로제트 대비 구형 지적도.."업그레이 협상해야"
  • 등록 2016-05-26 오후 11:11:42

    수정 2016-05-26 오후 11:11:42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국형 전투기(KF-X) 엔진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이하 GE)의 기종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KF-X는 GE의 제품 기반으로 쌍발 엔진 형상의 본체 기본 설계를 시작한다.

방위사업청은 26일 “F414-GE-400 엔진을 제안한 GE사를 KF-X 엔진 우선협상대상업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입찰에서는 GE와 롤스로이스의 자회사인 유럽계 유로제트가 경쟁했다.

방사청에 따르면 평가에는 KF-X 체계개발 주관업체인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과 엔진 관련 국내 협력업체인 한화테크윈 뿐만 아니라 공군·국방과학연구소(ADD)·국방기술품질원 등 총 20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평가팀은 관리·기술·국산화·비용 등 4개 분야에 대해 지난 5월 11일부터 5일 간 평가를 진행했다. GE는 4개 평가 기준에서 모두 유로제트를 앞섰다.

방사청 관계자는 “KAI는 GE와 최종 협상을 거쳐 6월 중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면서 “향후 KF-X 적용을 위한 제작과 기술지원을 통한 국산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KF-X 엔진, 3단계 걸쳐 국산화 추진

지난 1월 시작된 KF-X 개발 사업은 2026년까지 이어지는 사업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2032년까지 120대를 양산해 공군에 배치한다. 개발비는 약 8조원, 양산비는 약 9조3000억원(대 당 778억원)으로 단군이래 최대 규모 무기 개발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이중 엔진은 해외에서 기술을 들여와 기술협력 생산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자체 개발을 추진할 경우 기술력 확보에 지나치게 오랜 시일이 소요돼 세대교체가 장기간 지연돼 전력 공백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천문학적인 개발비용이 필요한 때문이다.

엔진 공급사로 선정된 GE는 시제기 6대와 예비엔진 분량을 포함해 15기의 엔진을 제공한다. 방위사업청은 이번 사업에 약 2362억원(2억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120대의 쌍발 엔진 전투기를 양산목표로 하고 있어 국내 물량은 보충분 포함 260기다. 엔진 구매 비용만 4조원이 넘는다.

GE는 이번 입찰 평가에서 엔진 기술 국산화율을 60%대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GE로부터 엔진과 관련 기술을 이전받아 ‘직구매·조립국산화·부품국산화’의 3단계를 거쳐 국산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2020~2021년까지 GE로부터 조립된 엔진을 직구매 방식으로 10대 도입한다. 2021년부터는 GE로부터 도입한 부품을 국내업체가 최종 조립해 2대를 납품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에는 국내 업체가 국산화 부품을 장착해 3대에 대해 최종 조립부터 납품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향후 엔진 정비의 경우에도 한화테크윈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정비창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KAI가 개발한 T-50 고등훈련기와 수리온 헬기 등의 엔진이 모두 GE 제품이다.

KF-X의 동체 기본 설계는 2018년 마무리된다. 2019년까지 상세 설계를 끝낸 뒤 이를 토대로 KF-X 시제기가 제작된다. 2021년부터 시제기 6대를 출고해 4년 간 비행시험을 거쳐 2026년 개발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GE 기종 구식 엔진 지적도…“업그레이드 협의해야”

KF-X의 엔진으로 선정된 GE의 F414-GE-400 기종은 미 해군의 주력 전투기인 ‘F/A-18E/F 슈퍼호넷’이 장착하고 있는 엔진이다. 1980년대에 개발한 ‘F404’를 모태로 한 기종이다. F404를 탑재한 ‘F/A-18 호넷’이 F/A-18E/F 슈퍼호넷으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여기에 탑재되는 엔진 역시 F414로 변경된 것이다. F414는 원형 모델인 F404 보다 추력을 35% 가량 높인 게 특징이다.

항공모함 등 짧은 활주로에서 이륙해야 하는 함재기 특성상 최대 추력이 경쟁 제품인 유로제트의 엔진보다 높다. 이번 입찰에서 유로제트는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엔진인 ‘EJ-200’을 제안했다. GE는 이번에 기존 F414-400을 업그레이드해 추력을 최대 10%까지 높일 수 있는 ‘F414-KI’를 KF-X 엔진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GE의 F-414-GE-400 기종이 ‘구식’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형 엔진이 아닌 1980년대 개발된 F404에서 파생된 기종이라는 이유에서다. F-414-GE-400 엔진은 유로제트의 EJ200 엔진과 마찬가지로 1995년 초도 비행을 했다. 하지만 EJ200은 상대적으로 신형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위해 개발된 4.5세대 최신예 엔진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GE는 엔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신기술을 이미 개발해 놓은 상태다. 지난 해 GE는 기존의 초내열 합금보다 무게는 가볍고 더 높은 온도에서 견딜 수 있는 ‘세라믹복합소재(CMC)’를 개발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이 기술을 제트엔진의 블레이드(압축기나 팬의 날개)에 적용하면 더 가볍고 연료가 적게 드는 전투기 개발이 가능하다. 미 해군은 이미 이 기술을 적용한 엔진을 사용한다. 또 GE는 연료 소모율은 이전 엔진에 비해 25%가 더 적고 추력은 최대 10% 더 높은 최신형 엔진(3기류 적응형 사이클엔진(ACE))도 개발해 놓은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무기체계 전문가는 “GE가 제안한 엔진이 지금은 현역으로 뛰고 있는 전투기의 엔진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공군이 KF-X를 운용하는 시기는 15년 후인 2032년이기 때문에 구식 기술로 전락할 수 있다”면서 “국산화 이전 협상 뿐 아니라 향후 KF-X 업그레이드시 최신 엔진기술 적용을 위한 협의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
☞美 GE, 유로제트 꺽고 KF-X 엔진 공급업체 선정(상보)
☞국방과학연구소, 국내 방산업체와 상생 협력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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