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용위험, 금융위기 때보다 높다”

‘은행과 캐피탈사의 신용위험 점검’ NICE신평포럼
수익성·자산건전성·정부지원 가능성 줄어
캐피탈社 자산건전성 지표 하락 가능성 커
  • 등록 2016-09-08 오후 4:09:20

    수정 2016-09-09 오전 12:07:50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국내 은행들의 신용위험이 2008년 금융위기때보다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현재 국내 은행들은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모두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글로벌 규제환경으로 정부 지원가능성도 예전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등 기업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5대 취약업종의 업황위축이 가계 대출 건전성 악화로까지 이어지면 국책은행은 물론 일반은행들도 추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8일 NICE신용평가(나신평)는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에서 ‘저금리 심화 및 기업구조조정 추진에 따른 은행·캐피탈사의 신용위험 점검’ 포럼을 열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 은행업 주요 지표와 2016년 현재 지표를 비교한 결과 시중은행의 자본적정성은 좋아졌지만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정부지원가능성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김성진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바젤 III 도입에 따른 자본규제 강화와 선제적 자본확충으로 자본적정성 지표는 과거 대비 개선됐지만 지금과 같은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저하 추세가 지속될 경우 작은 충격에도 자본적정성이 약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지원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지 않은 점도 신용위험 확대 이유로 꼽았다. 한국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조선·해운업 등 주요 기간산업에 관여돼 있지만 세계적인 규제 흐름이 정부가 지원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미국이나 유럽은 베일인(bail-in) 제도를 입법화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금융위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정부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베일인이란 부실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진행되기 전에 채권자가 먼저 손실을 봐야 한다는 내용으로 채권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 회생정리제도 도입 기본방향’을 내놓았다.

나신평은 또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업종 전체로 확대될 경우 은행업 신용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용불안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론 가계 대출 건전성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5대 취약업종 대출 건전성 저하를 가정해 스트레스테스트를 해본 결과 취약업종에 대한 여신비중이 높거나 기본 수익성이 저조한 은행을 중심으로 자본적정성 지표가 크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으로 경기침체가 심화할 경우 캐피탈사의 자산건전성 지표도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산·울산 등 관련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캐피탈사의 신용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승희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캐피탈사들이 상대적으로 조달금리가 낮은 단기조달 비중을 늘리면서 평균상환기한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조달시장 내 변동성을 증가시키고 차환위험을 높이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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