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證 1300억원 손실 사태에 증권사 전수 점검…"인센티브 구조도 손봐야"

금융투자업계에 전반에 자체검사 요청공문 보내
‘LP 목적 외 거래’서 큰 손실 냈다는 점에 주목
“LP가 기관·외인 도와” 개인 투자자들 비판 전망
전문가 “위험 관리 조직·인센티브 구조 등 점검”
  • 등록 2024-10-15 오후 6:01:54

    수정 2024-10-15 오후 7:01:08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신한투자증권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운용 과정에서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1300억원대 손실을 낸 사건과 관련해 금융 당국이 업계 전반으로 검사를 확대한다.

그간 증권사들이 LP 지위를 이용해 시장을 교란하거나 편법 또는 불법적인 매매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온 상황에서 대규모 손실사태가 발생한 만큼 은폐된 또 다른 손실 사례가 없었는지 우선 점검하고, 증권사들의 내부통제기준 마련과 이행 상황 등도 확인할 방침이다.

사진=이데일리DB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4일 오전 신한투자증권에 검사반을 파견해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이어 이날 오후엔 전반적인 업계 현황을 점검하고자 26개 증권사와 주요 자산운용사 등에 자체검사 요청공문을 보냈다. 파생상품(선물·옵션 등) 거래와 관련해 손실을 냈는데도 이를 보고하지 않은 사례가 없는지 자체 점검한 뒤 그 결과를 보고해달라는 내용이다.

앞서 이번 사건은 신한투자증권이 지난 11일 장내 선물 매매·청산에 따라 약 1300억원의 운용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하면서 알려졌다. 지난 8월 초 ETF LP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선물옵션부에서 본래의 목적과 허용된 범위를 넘어서는 장내 선물 매매를 진행했고, 당시 시장의 급락 상황 속에서 대규모 매매 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손실을 감추고자 관련 내용을 손익 집계와 보고에서 빠뜨렸고, 이를 위해 반대 포지션 ‘스와프 거래’(사전에 정한 가격·기간에 둘 이상의 거래 당사자가 금융상품·자산을 교환하는 거래)한 것처럼 허위 등록한 사실도 확인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손실과 허위 거래를 지난달 기준 분기 결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야 발견했다.

시장에선 신한투자증권이 LP 목적 외 선물 거래를 하다가 큰 손실을 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ETF LP는 ETF가 원활히 거래되도록 하면서 ETF 순자산 가치에 가깝게 호가를 불러 가격 괴리를 방지하는데, 보통 LP를 맡은 증권사는 ETF 주문량에 따라 헷지 용도로 선물옵션을 매수 또는 매도한다.

반면, 신한투자증권은 목적에 맞지 않게 한 방향으로 과도하게 선물 매매를 집중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이는 LP가 본래 역할을 벗어난 선물 매매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전망이다. 그동안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가 LP를 활용해 특정 방향으로 물량을 집중해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시세 차익을 거두도록 도왔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전문가들은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걸쳐 회사 내부의 위험 관리·인센티브 등 체계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는 위험 관리 조직에서 이를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이 문제”라면서도 “LP 역할을 하는 직원들이 과도한 선물 거래를 한 데엔 인센티브 구조의 문제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물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내면 개인의 인센티브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인센티브 구조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아무리 위험 관리 조직이 완벽하다고 하더라도 결국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LP가 ETF 유동성 제공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맞게 거래하게끔 하기 위해선 전반적인 회사 내부 체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신한투자증권에 대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면서도 영업 위축에 따른 사업 경쟁력 악화와 수익성 저하, 평판 악화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내부통제와 관련한 비경상적인 손실인식이 반복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최종 손실 규모와 감독당국의 제재 수준, 평판자본에 미칠 영향, 리스크 관리 능력과 내부통제 강화를 통한 적절한 사후 조치에 대해선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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