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밥 안 차려놔" 경로당 민원에 오산시 공무원 폭행한 50대

오산시 노인복지과 주무관, 악성민원인으로부터 폭행 당해
자원봉사 명목 자격요건 없는 노인들 경로당에 인솔
식사 및 편의시설 설치 등 시 상대로 지속적 민원제기
식사준비 요구 누락되자 시청 찾아와 위협 끝에 폭행
코로나 때는 단속공무원 사칭하다 적발된 이력도
  • 등록 2024-08-28 오후 8:09:13

    수정 2024-08-29 오전 12:18:32

[오산=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내가 밥 준비해 놓으라고 했는데, 누가 전달 안 했어! 공무원은 밥 쳐 먹을 자격도 없어!”

경기 오산시에서 악성민원인으로부터 공무원이 폭행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산시는 가해자를 상대로 강력 대응에 나섰다.

오산시청 전경.(사진=오산시)
28일 오산시와 오산시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산시청에서 경로당 관련 민원을 제기하는 도중 공무원을 폭행한 혐의로 50대 여성 김씨가 경찰에 입건됐다. 김씨는 스스로 자원봉사자로 칭하고 지난 7일부터 사건 당일까지 오산시 소재 한 경로당에 소속되지 않은 노인들을 지속적으로 데려가며 회원으로 받아달라고 요구해왔다. 폭염기간 중에는 경로당이 무더위쉼터로 지정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김씨가 인솔한 노인들은 대부분 오산시에 거주하지 않아 경로당 회원 자격 요건이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또 오산시청 노인복지과를 대상으로 자신이 인솔한 노인들에 대한 식사 준비, 경로당 내 칸막이 설치, 추가 에어컨 설치 등 민원을 숱하게 제기했다. 시에서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오산시의회를 찾아가 의원들에게 민원을 상습적으로 제기하며 시에 압박을 가했다.

사건 당일에도 김씨는 오산시에 자신이 데려가는 노인 5명에 대한 식사 준비를 요구했으나, 담당 팀장과 공무원 모두 출장 중이라 직접 전화를 받지 못했다.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확인한 김씨는 시청 노인복지과를 찾아와 담당 여성 공무원에게 폭언과 욕설을 했고 급기야 폭행 위협까지 했다.

김씨의 위협이 과격해지자 이를 제지하던 같은 팀 남자 공무원은 김씨로부터 주먹으로 가슴을 2회 가격 당하고 발길질과 목 부위를 수차례 할퀴어지는 폭행을 당했다. 피해 공무원 현재 통원 치료 중이며, 불면증과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과 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김씨의 악성민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오산시 소재 다방 등에서 단속 공무원을 사칭하다 적발됐지만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경로당을 무단으로 들어가 자원봉사 명목으로 자신의 짐을 들여놓다가 퇴출당한 적이 있다. 또 경로당 외에도 오산시 공무집행에 대한 악성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고, 이에 대응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시로 폭언과 욕설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산시 관계자는 “고질적인 악성 민원으로 애꿎은 공무원들이 소중한 목숨을 끊는 지경에 이르자 범정부 차원에서 악성 민원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기에 이러한 폭행사건이 발생해 오산시 공무원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정부의 악성민원 근절 대응 매뉴얼에 따라 상습 악성민원으로 인한 선의의 공무원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미근 오산시 공무원노조위원장은 “가뜩이나 낮은 임금에 힘든 업무로 인해 저연차 직원들이 공직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데 이번 사건이 발생해 공직사회에 충격이 크다”며 “만약 이번 사건도 그냥 넘어가면 김씨는 또 공무원들에게 해코지를 가할 것이다. 오산시에 강력 대응을 주문했고, 상황에 따라 노조에서도 법률대리인을 세워 민·형사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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