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고려대 데이터·AI법센터 공동 주최로 열린 EU 인공지능법의 내용과 시사점 웨비나에 참석한 손지윤 네이버 정책전략총괄 이사는 우리나라 AI법 추진과 관련해 “기업 입장에서 제일 걱정되는 부분은 우리나라 법률의 경우 구체적 규제와 관련된 권리 의무와 관련된 사항임에도 구체적으로 규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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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문가들이 검증할 것 같지만 행정의 현실에서 보면 본업이 따로 계신 전문가들이 들어오시면 부처가 만든 발제문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보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 결국 부처 의견으로 그냥 가는 과정들을 보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기업 입장에선 한 번도 의견을 제시할 기회들이 없어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손 이사는 EU AI법의 규제샌드박스에 대해선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U AI법은 EU 전역에서 AI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는데, EU 회원국이 최소 한 개의 규제샌드박스를 두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추가로 지역 단위로 추가 규제 샌드박스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는 “규제 사전확인제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면책 정도는 아니지만 어려운 영역이라도 실제 세계에서 테스트도 가능한 것이 굉장히 상징적이었다”며 “(한국 AI법에) EU식 규제 샌드박스 등의 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웨비나에선 EU AI법 제정으로 국내 기업들의 일부 영향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유석 변호사(김앤장)는 “EU AI법이 비판을 받는 부분들도 있으나 여러 국가가 이와 상당 부분 유사한 제도와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AI 기본법 마련에 있어서 규제와 진흥의 균형, 국제적 정합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연구원은 “국내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지금까지처럼 부처 간 소모적 논쟁을 거두고 협력과 조직 간 역할 분담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분야별 혁신 지원과 위험성 대응이라는 AI 규율 체계를 수립해야 하고 글로벌 디지털 무역 마찰 완화를 위한 협정 체결 등도 주효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올해 5월 말로 끝나는 21대 국회 회기 내에 AI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남철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과장은 이날 웨비나에서 “AI 산업육성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되, 성장을 저해하지 않도록 필요최소한의 의무를 부여하는 규제 체계를 도입하는 ‘균형 잡힌 안’”이라며 “AI 규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돼 투자 위축이 우려되는 만큼 21대 국회 내 입법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