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에 中부품 수급 차질…국내車 업계 ‘셧다운’ 위기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차체를 조립하고 있다.(사진=현대차)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폐렴’이 자동차업계 생산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중국서 생산되는 일부 자동차 부품공급의 차질로 국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셧다운’ 사태가 임박했다.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려 공장 휴업을 연장하는 추세여서 부품 공급 지연이 장기화하면 국내 자동차 업계는 ‘도미노’ 피해를 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생산공장에 전선제품인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가 바닥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가 국내 완성차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는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와이어링 하니스를 유라코퍼레이션, 경신, 티에이치엔(THN) 등 1차 협력업체로부터 납품을 받고 있는데 이 협력사들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 차질에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춘제(설) 연휴를 이달 2일까지로 늘린 데 이어 각 지방정부가 기업 연휴를 9일까지로 더 연장하면서다.

현대차 울산·아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승용차의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는 오는 6일 대부분 소진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국내 공장에서는 통상 1주일 치 정도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는데 국내와 동남아시아 등에서 해당 부품을 대체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와이어링 하니스는 차량 모델·트림(등급)에 따라 배선 구조가 모두 제각각이어서 호환할 수 없고, 종류가 많아 관리가 어려워 현재 공급되는 물량을 전량으로 대체하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위기에 현대차는 지난 주말 예정했던 울산공장의 팰리세이드 라인 특근을 취소했다. 기아차도 화성공장과 광주공장에서 차량 생산 감축을 실시하는 등 생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소형 SUV 셀토스를 생산하고 있다.(사진=기아차)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도 일부 차종에서 이미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 부족이 시작됐으며 이번 주 중 상당수 차종이 재고 부족에 직면하게 돼 전체적으로 생산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1주일가량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이날 공장 게시판에 “중국산 부품 공급 차질로 인해 휴업까지 불가피한 비상상황”이라며 “휴업시기와 방식은 공장별·라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생산차질을 최소화하도록 부품 대체 조달 등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 외에도 국내 완성차업체가 줄줄이 타격을 받았다. 쌍용차는 와이어링 하니스를 공급받는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의 중국 옌타이 공장이 9일까지 가동 중단을 연장하면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오는 4∼12일 1주일간 평택공장 문을 닫기로 했다.

한국지엠은 와이어링 하니스의 공급 문제 때문은 아니지만, 생산속도 조절이 필요해 지난 주말 국내공장에서 예정했던 특근을 모두 취소했다. 르노삼성차는 글로벌 공급망이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영향이 불가피해 중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울러 와이어링 하니스뿐 아니라 다른 부품도 중국의 연휴 연장에 따른 공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3만여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완성차는 1개 부품만 차질을 빚어도 조립 공정을 유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