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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도움을 드리기 위해 (돈을)드렸고 금융기관장을 하고 싶다 말씀을 드렸다.”
뇌물·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5일 대가를 바라고 이 전 대통령에게 자금을 지원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 기일에 증인으로 나온 이 전 회장은 법정에서 자금 지원 경위 등을 밝혔다. 자금 지원 계기가 무엇이냐는 이 전 대통령 변호인 질문에 이 전 회장은 “가깝게 계신 분이 큰 일을 하게 돼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잘 계시면 제가 도움받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 전 회장과 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 전 회장은 건강 문제와 불안감 등을 호소하며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2007년∼2011년 이상득 전 의원이나 이 전 대통령의 사위 이상주 변호사 편에 현금 22억5000만원을 건네고 이 전 대통령 등에게 1230만원어치 양복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확보한 이 전 회장의 비망록에는 이 전 회장의 인사청탁과 돈을 건넨 경위, 당시 심경 등이 날짜별로 소상히 기록돼 있었다.
일례로 2008년 3월 23일 비망록에는 “MB 증오감 솟아나는 건 왜일까. MB와 인연 끊고 세상살이를 시작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가 괴롭다. 30억원을 지원했다. 옷값만 얼마냐”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전 회장은 이날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넨 돈과 관련, 대선 자금으로 잘 쓰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회장은 ‘이상득 전 의원과 이상주 변호사를 통해 전달한 돈이 이 전 대통령 당선을 위한 정치자금이 맞느냐’는 이 전 대통령 측의 질문에 “당시엔 당내 경선이라든지 대선에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도움을 드리려고 그랬지 자리를 챙겨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에게 인사 청탁을 한 사실은 있다고 시인했다.
이 전 회장은 “명확히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금융기관장 이런 것은 제가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린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그러나 이 전 회장 비망록의 신빙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비망록에 기재된 뇌물액수가 30억원인 점을 지적하자 이 전 회장은 “검찰에서도 절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감정과 섞여 30억이라고 많이 부풀려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또 비망록이 사실과 일부 다른 점들을 나열하며 “일기(비망록)를 썼는데 헷갈리는 내용을 자꾸 쓰니 의심이 가는 것”이라고 따져묻기도 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다스 비자금 조성을 통한 업무상 횡령과 삼성의 다스 미국 소송 비용 대납(뇌물수수) 등 7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