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갈라파고스’ 울릉도, 7시간→1시간 입도 가능해질까

■르포-2026년 개항 목표 '울릉공항' 공사 현장 가보니
'자연' 콘텐츠 울릉도 '자연 훼손' 오히려 독 될수도
민둥산 된 '가두봉'…주민 "공항 필요, 훼손은 최소화해야"
관광객 증가에 따른 폐기물 처리 시설 마련 중
  • 등록 2024-06-27 오후 5:50:37

    수정 2024-06-27 오후 7:25:09

[울릉=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울릉공항이 2026년 개항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첫 삽을 뜬지 3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울릉도의 미래 먹거리인 ‘관광산업’이 더 커질 수 있단 기대와 반면에 ‘관광자산’인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훼손될 수 있단 우려다.

지난 25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일원 해상에서 울릉공항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환경부 공동취재단)
국내 첫 해상 공항인 울릉공항은 총 사업비 8050억원을 들여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일원의 해상을 간척해 소형공항을 만드는 사업이다. 활주로 크기 1200m x 36m, 착륙대 크기 1300m x 150m로, 백령도와 흑산도에 생길 공항과 함께 국내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공항이 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해안선 쪽으로 돌출된 산봉우리인 ‘가두봉’도 완전히 평지가 된다.

지난 25일 기자가 방문한 현장에선 공사가 한창이었다. 배를 내린 사동항 인근에서도 봉우리 부분이 댕강 잘려나간 황량한 가두봉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잘려나간 가두봉 봉우리 부분. (사진=환경부 공동취재단)
울릉군은 공항이 준공되면 연간 40만명 수준인 방문객이 100만명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뱃길 밖에 없어 서울서 편도 7시간가량 정도 걸리는 현재 이동 시간을 비행기를 이용하면 1시간으로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구에서 울릉도로 관광온 서영선씨(55)씨는 “배멀미 때문에 죽다가 살았다”고 전하며 “공항이 생기면 아무래도 여행이 편리해질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서 씨는 울릉도 관광 코스인 ‘독도’의 상징적 의미도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울릉도하면 독도가 따라 붙는데 아무래도 더 많은 국민들이 들락날락하다보면 우리 땅이라는 것에 더 힘이 실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울릉군에서 18년을 거주한 식당 사장 연모씨(58)는 “울릉도에는 더 이상 농사를 짓거나 어업을 유지할 젊은 인구가 없다”며 “관광도시가 돼야 하는 것이 맞고 그런 면에서 공항이 생겨야 하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주 도로가 생기면서 해안선 바깥쪽으로 길이 만들어지다보니 예전에 주민들이 수영하던 해수욕장, 낚시하던 곳 이런 아름다운 곳이 많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라고 걱정했다. 공항 건설과 관광객 증가로 자연 환경이 훼손되면 울릉도 관광의 의미가 사라질 수 있단 설명이다.

울릉도에서 약 87.4㎞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독도 전경. 첫 번째 시도에 독도에 입도하는 것은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얘기가 울릉도에선 전해진다. 기자는 지난 25일 독도를 방문했지만 입도엔 실패해 먼발치서 바라봐야 했다. (사진=최오현 기자)
울릉과 포항을 오가는 관광선의 항해사 임모씨(35)는 “지금도 배를 타고 오가면 가두봉을 제일 먼저 보게 되는데 가두봉 모습을 볼 때마다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한편으로 항공수단이 성행할 경우 관광 산업 전체 파이를 쪼갤 수 있단 걱정도 나온다. 임모씨는 “배편도 기상 영향을 많이 받는데 특히 소형 항공기가 보니 이 영향이 매우 클텐데 이런 점에서 크게 메리트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만약 항공편이 너무 잘 되면 배편과 항공이 관광 산업을 나눠먹기 하게 될까봐 사실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괭이갈매기 한 마리가 지난 25일 울릉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공동취재단)
‘한국의 갈라파고스’로 널리 알려진 울릉도는 관광 콘텐츠가 ‘자연’ 이다보니 공항 건설로 인한 환경영향 평가 및 사후 조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공사장 인근은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과 괭이갈매기의 이동 경로 중 하나다. 이 때문에 흑비둘기 2마리와 괭이갈매기 4마리에 이동용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시간대별 활동 반경과 비행 고도 등을 분석하고 있다. 공항 건설 시 비행기체와 조류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은 인명 피해로 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몇 마리를 적정 개체수로 설정해 모니터링할 것인지와 추적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장기 추적에 번번히 실패하고 있는 상황은 여전히 풀어야 될 난제다.

대풍감 위에서 바라본 바다 전경. (사진=최오현 기자)
울릉군은 관광객이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 폐기물 처리와 하수도처리시설 확장에도 힘쓰고 있다. 울릉도는 2022년 기준 하수도 보급율이 8.8%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전국 평균 95.1%에 대비해서도 현저하게 떨어지는 수치다. 이에 군은 울릉읍과 통구미지역에 일 5000㎥를 처리할 도서내에서 가장 큰 하수처리시설를 신설해 2029년에는 하수도 보급률을 9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해당 사업이 2026년부터 시작해 2029년에 완료 예정인 점을 감안하면 예정대로 2026년 울릉공항이 개항 시 2~3년간은 오폐수처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관광 서비스를 국제적인 수준으로 개선하고 지나치게 비싼 물가를 잡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상·하수도 처리시설 개선과 관광 인프라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남한권 울릉군수가 지난 26일 환경부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울릉도 상하수도 사업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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