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오거돈 부산시장이 미투(mee too·나도 당했다) 논란에 휩싸여 전격 사퇴하면서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현직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미투로 인해 직을 내려놓은 것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두 번째다. 미래통합당은 ‘더불어미투당’이라며 맹공세를 퍼부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공식 사과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오 시장의 사퇴가 민주당이 정부와 n번방 재발방지 디지털성범죄 관련 대책을 내놓은 날과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은 23년 만에 어렵사리 차지한 부산시장 자리를 내년 4월 보궐선거에서 지킬 수 있을지가 불확실해졌다.
|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에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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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350만 부산시민에 송구…시장직 수행 도리 아냐”오거돈 시장은 23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직원 강제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사퇴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집무실에서 여직원을 강제추행한 의혹을 받았다. 그는 “오늘부로 사퇴한다. 350만 부산시민들에게 송구함을 느낀다”며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줘서 죄송하다. 한 사람에 대한 책임이 중요하다. 과오를 짊어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 이것이 해서는 안될 강제 추행으로 인지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시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오 시장은 2018년 민선 최초 민주당 소속 부산시장으로 당선돼 1995년 이후 23년 만에 부산 정권교체를 이뤘다. 오 시장의 사퇴로 민주당이 4·15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와 경부선 지하화 등 대형 현안 사업들의 진행 여부도 안갯속에 빠졌다. 민주당 인사가 미투 의혹에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민주당 내 유력 대권주자로 분류되던 안희정 전 지사도 수행비서의 미투 폭로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 대표적이다. 재판에 넘겨진 안 전 지사는 지난해 3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6개월의 최종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은 24일 윤리위원회에서 오 시장에 대한 제명 방침을 밝히며 파문 진화에 나섰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의신청이 없으면 윤리위에서 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 시장이 총선 이후 사퇴를 약속했다’는 의혹에 대해 “당에서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으며 (총선 뒤 사퇴를 약속했다는 것은)중앙당과 상의해서 이뤄진 일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내년 4월 7일까지 변성완 부시장 권행대행체제로 전환통합당은 민주당의 미투 사건은 끊이지 않는 등 더불어미투당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안 전 지사의 미투 사건과 최근 여성 비하 등이 난무한 팟캐스트에 참여한 김남국 당선인까지 여성인권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민주당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비꼬았다. 이주환 통합당 부산시당 수석대변인은 “혹시나했던 오거돈 시장의 미투 의혹이 역시나였다”고 말했다.
한편 오 시장의 사퇴로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선거법 35조 2항에 따라 내년 4월 7일(첫번째 수요일)에 실시된다. 보궐선거로 당선된 부산시장의 임기는 1년여 정도다. 2022년 8회 지방선거(6월 1일) 전까지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공석이 된 부산시장직은 변성완 부시장 권한대행체제로 전환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부산시장 하마평이 나온다. 김영춘 민주당 의원과 김세연 통합당 의원의 맞대결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21대 총선 부산 진구갑에서 낙선한 김영춘 의원은 해양도시인 부산 특성상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개혁 성향의 김세연 의원은 부산 금정구에서 18대부터 내리 3선을 한데다 부친인 김진재 전 의원도 같은 지역에서 4선을 한 만큼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밖에 김정훈·이진복 미래통합당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