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이어 창당한 지 불과 3개월도 안돼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38석을 확보하며 3당체제를 굳건히 했다. 국민의당이 이같이 놀라운 성적을 거둬낸데는 안철수 대표의 ‘뚝심’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강철수라는 별명에 안 씨 종친회에서 항의가 들어왔다’는 그의 너스레가 빈말은 아니었던 셈이다.
‘간철수’ 대신 ‘강철수’
안 대표의 별명은 ‘간철수’였다. 정치적 고비마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후퇴’ 또는 ‘철수’를 하는 안 대표를 비아냥거리며 붙여진 별명이다. 이른바 간만 보고 행동을 안한다는 의미이다.
그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했고 2012년 대선에서 후보단일화를 위해서 물러났다. 지난 2014년 3월 독자 창당을 접고 민주당과 합당했으며, 그해 4월에는 민주당과 통합의 명분이던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을 번복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안 대표는 ‘유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그가 달라졌다. 그는 야권연대 절대불가 방침에 못 박았다. 새누리당의 어부지리설(說)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심지어 김한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의 사퇴하고 천정배 공동대표가 당무를 중단하는 등 야권연대를 압박했음에도 그는 뚝심있게 버텼다.
결국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번 총선에서 야권분열에 따른 야권패배는 없었다. 오히려 새누리당의 지지층 가운데 개혁적 보수 세력들이 대거 국민의당에 유입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안 대표가 친노·패권주의와 선명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호남에서 더민주를 상대로 압승을 거둬낼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남의 제1당인 더민주에 대한 심판론이 제기되고 대안정당으로서 국민의당이 부각되며 호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더민주 웃도는 정당지지율..차별화 ‘관건’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 국민들이 기존 양당에 대한 실망감과 더불어 국민의당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례대표를 결정짓는 정당 지지율을 살펴보면 국민의당이 26.74%로 더민주(25.54%)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33.5%)과도 불과 7%포인트 가량 차이가 날 뿐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실망감도 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호남에서의 압도적인 승리가 반문(反文) 정서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지적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지 호남 민심 이반이 나타날수 있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다가오는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기존 정당과 얼마만큼의 차별성을 보이고,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국민의당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모두 아우르는 ‘중도’를 표방하는 만큼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다.
정치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당내 논란 없이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지도 변수다. 당내 분란이 제기될 경우 계파 간 이합집산이 일어날 수도 있고 또다시 야권대통합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제3당의 정치혁명과 정권교체 가능성 모두 안 대표의 손에 달린 것이다.
당장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바로 오는 5월에 예정된 전당대회이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을 싹쓸이하며 부각된 호남 지역내 중진의원들을 대상으로 안 대표가 효과적인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