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민주당은 윤리감찰단을 출범시켜 각종 의혹으로 논란을 일으킨 윤미향·김홍걸 비례대표 의원, 이상직 의원(전북 전주을)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의원에 대해서는 신속한 제명 결정이 내려져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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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부동산 투기 근절을 정책 목표로 잡고 있는 상황에서 김 의원의 이같은 행태는 크게 논란이 됐고, 당 최고위에서 신속한 제명 결정까지 나온 것이다.
이상직 의원 역시 이스타항공 경영과 관련, 당 노동정책 기조에 크게 위배되는 행태가 적발돼 김 의원 못지 않은 징계가 내려지리라는 예상이 많다.
여기에 올해 이스타항공 경영난으로 회사 운영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서둘러 항공사를 매각하고 발을 빼려는 듯한 행태를 보인 것이 확인되면서 지탄이 쏟아졌다. 이스타항공 노동조합도 이 의원이 사실상 실소유주, 실경영자인 정황이 뚜렷하다며 줄곧 책임을 요구해왔다.
물론 경영난으로 회사가 폐업하고 종업원들이 실직하는 상황을 불가항력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온 회사의 무책임한 대응이 도덕성 논란을 키웠다. 회사는 보유금이 없다는 이유로 고용보험료 5억원조차 미납했고, 이 때문에 임금도 못받은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에 고용유지 지원금 신청조차 못했다. 5개월 동안 직원 1600여명이 받지못한 임금은 260억원에 이른다.
지난 6월에는 노조의 노동청 제소로 체납 임금을 지급하라는 명령이 나왔음에도 회사는 이조차 무시했다. 이 와중에 이 의원 일가는 수백억원대 회사 매각 대금을 챙길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 의원이 뒤늦게 지분 헌납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매각이 무산되면서 의미없는 공수표가 됐다. 200억원이 넘는 재산을 가져 국회 내에서도 손꼽히는 ‘부자’로 확인된 이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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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정당의 제명 징계가 당 차원의 정치적 선전 효과를 낼 수는 있으나 국회의원의 도덕적 책무를 묻는 데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같은 역할을 하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실효성이 ‘0’에 가깝다. 징계 안건이 올라와도 처리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당이 서로의 국회의원 지위 자체에는 흠집을 내지 않는, ‘끼리끼리 돕는’ 카르텔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1일 이상직 의원은 물론 이해관계 충돌로 논란인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의원직 사퇴를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심 대표는 “민주당이 이상직 의원과 선을 긋는 것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거리에 나앉은 이스타항공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 것이 집권 여당 책임”이라고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