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의 슬픈 국내 여행통계 [SNAP 데이터]

거리두기 해제 후, 청년들은 어디로 놀러갔을까
관광 빅데이터 분석하니...도시에서 노는 청년들
여성은 ‘홍대’로 남성은 ‘군대’로?
  • 등록 2022-10-20 오후 7:36:35

    수정 2022-10-20 오후 7:43:41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가 해제된 이후, 국내 관광산업도 점차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청년들은 살던 곳을 훌쩍 떠나 어디로 갔을까요? 이데일리 스냅타임이 한국관광공사가 제공하는 관광 빅데이터를 들여다봤습니다.

대도시로 놀러간 청년들

먼저 지자체 방문자 순위는 직전 달에 해당 지자체에 3번 이하로 방문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집계됩니다. 서울시 중구에 7월에는 한 번도 안 가다가, 8월에 한번 갔다면 ‘여행 목적으로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죠. 어떤 목적으로 중구에 방문했는지는 모르기 때문에, 대략적인 추세로 봐야 합니다.

(그래픽=김혜선 기자)


지난 8월 만 20~29세 청년들이 가장 많이 방문한 행정동은 ‘강남구’였습니다. 단순 방문자 수치만 따졌을 때, 서울 지역이 상위권을 휩쓸었는데요. 2위는 마포구, 3위는 서초구였습니다. 9순위까지는 모두 서울 자치구가 차지했고, 10위는 부산 진구가 꼽혔습니다.

방문자 수 20위까지는 관광지인 제주시를 제외하고 모두 대도시 핵심 번화가가 차지했습니다. 부산시 해운대구(11위), 대구광역시 중구(13위) 등이죠. 접근성이 좋은 대도시로 몰려드는 형태입니다.

실제로 국내여행은 대부분 당일치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국민여행조사(2분기)에 따르면, 국민 64.6%가 당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청년들도 당일 여행을 즐기며 가까운 곳으로 놀러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해당 지역 방문자 중 청년 방문자 비율이 높은 동네도 주로 대도시였습니다. 1위는 서울시 마포구(29.7%), 2위는 서울시 관악구(29.6%), 4위는 서울시 서대문구(27.5%)가 3명 중 1명 꼴로 20대 청년이었죠. 관광지인 경기도 가평(8위·26.1%), 강원도 강릉(10위·25.9%) 등도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수상한 지역 하나가 청년 방문자 비율 2위를 차지했습니다. 강원도 철원군에서 29.6%가 청년 방문자 였던 것입니다.

20대 남성 방문자 3순위는 철원·화천·양구

강원도 철원에 20대 방문자가 높은 이유는 ‘군대’ 때문입니다. 20대 방문자 비율을 성별로 나눴을 때 더욱 명확해집니다. 철원군 방문객 중 20대 남성 비율은 27.7%로 가장 높았습니다. 다음으로는 화천군 26.8%, 양구군 25.4%로 뒤를 이었습니다. 모두 군부대가 위치한 지역입니다.



반면 20대 여성의 경우 젊음의 거리인 홍대입구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에서 17.1%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서울 서대문구가 15.7%, 대구 중구가 14.6%로 뒤를 이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 빅데이터에서 ‘군대 간 20대 청년’이 잡히는 이유는 이동통신데이터의 집계 한계 때문입니다. 이동통신데이터는 특정 기지국 내에서 30분 이상 체류한 사람을 기준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어떤 목적으로 그 지역에 방문했는지는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여기에 관광 빅데이터는 ‘일별 방문객’을 모두 더해 계산되어, 이들이 자대에서 8월 한달 간 머무르는 모든 기간이 데이터로 잡혔을 것으로 보입니다. 20대 남성 여행 통계에 ‘철원·화천·양구’가 압도적 1위를 한 이유죠.

‘각 군 현역병 모집 계획’에 따르면, 지난 7~8월 입영한 육군(어학특기병 제외)은 1만 1783명입니다. 이들은 훈련병 기간을 거친 후 ‘외지인 방문자’ 데이터로 잡히게 되는 것입니다.

군인을 위한 여행상품은 없을까

한편, 얼마 전 지역 음식점에서 군인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지난 7월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서는 강원도 화천 인근 중국집에서 시킨 탕수육 사진이 화제가 됐습니다. 1만 2천원짜리 탕수육은 10~12조각 정도에 불과했는데,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군인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장병들이 군부대에서 일정 지역을 이탈하지 못하게 하는 ‘위수 지역’은 이미 지난 2019년을 기점으로 사실상 폐지됐습니다. 이제는 부대에서 차량으로 2시간 이내 거리라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강원도 접경 지역은 도로, 대중교통 등 인프라가 수도권에 비해 부족해 군인들이 해당 지역을 벗어나 여가를 즐기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교통접근성지표(2019)에 따르면, 화천군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판매시설(마트, 전통시장 등)에 1시간 이내 갈 수 있는 인구는 단 0.56%에 불과합니다. 반면 고양시에서 99% 이상의 인구가 1시간 이내 판매시설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짧은 외출 및 외박을 나오는 군인들을 위한 관광 상품이 생기는 날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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